“지금 총리실에 출입기자단이 있는데 <제이티비시>(JTBC)나 <연합뉴스티브이>는 소속이 안 돼 있습니다. 그걸 보면서 ‘이건 좀 이상하다’, 저는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지난 1월 정세균 국무총리가 방송기자클럽 초청토론회에서 한 말입니다. 이 말은 기자단의 ‘기자단 운영 관행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지’ 묻는 말에 대한 답이었습니다. 제이티비시·연합뉴스티브이는 모두 2011년 개국해 10년 동안 매일 정치 뉴스를 보도해온 언론사입니다. 이런 곳들이 출입기자단에 가입하지 못했다? ‘이건 좀 이상하다’ 생각이 들 만합니다. 2월 말 기준 국무총리실 출입기자단 소속 언론사는 총 55개입니다.
상황을 알아보니 국무총리실 출입기자단에 가입하려면 6개월 동안 10회 이상 기자실에 출석한 뒤 기자단 투표 절차를 통과해야 하는데, 두 언론사는 출석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총리나 시청자가 두 언론사의 기자단 가입 여부를 눈치챌 수 없었던 것처럼, 기자단에 속하지 않았다고 해서 아예 취재를 못 하거나 보도를 못 한 것은 아닙니다. 독재정권 시절 언론통제를 위한 ‘당근’성 특혜와 지원 아래 ‘침묵의 카르텔’을 유지해온 폐쇄적인 기자단은 이제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기자단이 움켜쥔 기득권은 민주화와 미디어 환경 변화로 꾸준히 쪼그라들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시민들은 기자단을 향해 ‘이건 좀 이상하다’를 넘어 ‘이건 좀 아닌데’ 하는 비판의 시선을 거두지 않습니다. 기자단의 부정적 효과로 오래도록 논란이 돼온 ‘떼거리(pack) 저널리즘’에 대한 사회적 피로도와 불신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최근 미디어 전문지 <미디어오늘>의 ‘기자단 이제는 바꾸자’ 기획에서 보듯, 기자단 가입·징계 기준을 비합리적·묵시적인 채로 유지해온 관행도 문제입니다. <미디어오늘>은 기자단과 출입처, 양자 모두 ‘국민의 알 권리’보다 서로의 편의와 이해관계를 앞세우는 “공생 관계”를 끊어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2월25일 총리실은 그 ‘공생 관계’를 끊어낼 첫걸음을 내디뎠습니다. 출입기자단에 속하지 않아도 총리에게 질문할 수 있는 정례브리핑을 시작한 겁니다. 물론 아직은 1인 미디어, 유튜버에까지 문턱을 낮춘 것은 아닙니다. 정부의 온라인 플랫폼인 ‘이(e)브리핑’에 등록한 언론인(2월 말 기준 3800여명)이 대상이라고 합니다. 정 총리는 “앞으로 각 부처의 보도자료 공개 등도 점차 확대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총리님께서 기자단 운영 방식 개선과 관련해 저희 제이티비시를 거론하신 적이 있는데요, 보다 넓고 투명한 정보 공유를 위해서 하신 말씀이라고 생각하고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첫 브리핑에서 제이티비시 기자는 총리에게 질문하기에 앞서 감사 인사를 건넸습니다. 정부는 ‘넓고 투명한 정보 공개’라는 정부의 답을 찾아 나섰습니다. 언론은 언제쯤 언론다운 답을 선보일 수 있을까, 고민이 깊어집니다.
김효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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