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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코로나 백신, 교직원 ‘우선 접종’? / 신승근

등록 2021-03-02 18:30수정 2021-03-03 02:46

2011년 개봉한 영화 <컨테이젼>은 코로나19에 관한 예언서 같다. 박쥐 배설물에서 발원한 감염병으로 팬데믹에 이르는 경로부터 거짓 정보로 돈벌이를 하는 것이나 백신 쟁탈전, 새치기 접종까지 10년 뒤 지금의 현실을 빼닮았다.

페루에선 지난 2월 중순 ‘백신 접종 새치기 스캔들’이 발생했다. 중국 시노팜 백신 2천회분을 여분으로 받아 대통령, 장관 등 500여명이 우선 접종했다. 백신 구매를 주도한 외교장관, 보건장관 등이 사임했다. 미국 필라델피아에선 백신 보급 회사의 22살 최고경영자가 친구 4명과 새치기 접종한 게 들통났고, 캐나다에선 카지노 경영자 부부가 우선 접종 지역에 전세기를 타고 가 주민 행세를 하면서 접종한 사실이 드러나 비난을 샀다. 그런데도 새치기는 여전하다. 3월1일 아르헨티나에선 수천명의 시위대가 거리로 뛰쳐나왔다. 이들은 보건장관과 친분 있는 언론인, 전직 대통령과 그 가족, 장관 등 이른바 ‘브이아이피(VIP) 70명’이 접종 특혜를 받은 사실을 규탄했다.

한국에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문재인 대통령이 먼저 맞으라고 요구한 야당 정치인들이 웃음거리가 됐다. 백신 불신을 부추겨 정부를 공격하는 정략을 간파한 것이다. 백신에 대한 가짜뉴스가 횡행하지만 ‘동시다발 1호 접종’과 의료진, 노약자, 만성질환자 순서로 진행되는 접종에 대한 신뢰는 굳건하다. 그런데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이 1일 정례브리핑에서 오는 7월 즈음 접종 순서가 오는 교직원들에게 우선 접종하는 방안에 대한 교육부의 의견이 있어 논의 중이라는 사실을 공개했다. 특수학교 교직원, 보건교사 등 위험도에 따라 우선 접종하는 방안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학생의 안전한 등교와 대면 수업권 보장을 위해 교직원 우선 접종을 주장하는 논리는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뒷맛이 개운치 않다. 지난 1년 학교는 사실상 문을 닫았다. 3월2일 새 학기가 시작했지만 초등학교 1, 2학년과 고등학교 3학년만 매일 등교한다. 온라인 수업은 여전히 질이 떨어진다. ‘새치기 접종’ 시비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대면 수업에 대한 교육부의 결단이 있어야 한다. 유니세프가 “취약계층 학생들의 교육을 위해 학교 개방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교사들이 의료진과 고위험군 다음으로 백신 접종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는 걸 교육부는 꼭 기억하길 바란다.

신승근 논설위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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