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오세훈 승 나경원 패, 역선택? / 손원제

등록 2021-03-07 15:32수정 2021-03-08 02:37

‘역선택’은 경제와 정치에서 모두 쓰이는 용어다. 경제학의 역선택(adverse selection)은 판매자와 구매자가 가진 정보의 비대칭 때문에 시장 실패가 벌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중고차 시장에서 딜러는 차의 성능과 고장 이력 등을 아는 반면, 구매자는 모른다. 새로 도색은 다 해서 나오기 때문에 겉만 봐선 알 수도 없다. 딜러는 성능 좋은 차를 900만원에, 하자 있는 차를 500만원에 팔고 싶어한다. 반면, 구매자는 어떤 차가 좋고 나쁜지 알 수 없기에 중간 값인 600만~700만원 정도를 부른다. 그 결과 나쁜 차는 제값보다 비싸게 팔리는 반면, 좋은 차는 거래가 성립되지 않는다. 나쁜 차들만 거래되니 구매자는 중고차 시장을 외면하게 되고, 결국 시장 자체가 무너지게 된다.

정치의 역선택은 한 정당의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에 상대당 당원·지지층이 전략적으로 개입해 결과를 교란하는 행위를 말한다. 영어로는 ‘정당 습격’으로 번역될 수 있는 ‘파티 레이딩’(party raiding)이다. 당원 뿐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문을 열어놓은 국민경선제(open primary)에서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경쟁 정당 지지층이 몰려와 자기 당 후보에게 만만한 약체 후보에게 몰표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역시 정보의 비대칭성이 깔려 있다. 투표자는 특정한 의도를 갖고 참여하지만, 정당은 투표자의 성향을 알 수 없다. 그러나 경제학의 역선택과는 뚜렷한 차이도 있다. 누가 약체 후보인가의 기준이 사람마다 제각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전체적으로는 ㄱ 후보와 ㄴ 후보를 밀어준 표가 상쇄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4일 오세훈 후보 승리로 끝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경선에서도 역선택 논란이 일었다. ‘여론조사 100%’인 경선 방식에 대해, 나경원 후보 쪽은 여당 지지층이 의도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나 후보를 배제하는 응답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상쇄 가능성을 말할 것도 없이, 자발적으로 등록하는 국민경선도 아니고 걸려오는 전화를 받는 여론조사 응답자 중 후보 경쟁력을 따져 전략적 역선택에 나선 이가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그보다는 ‘짜장면 우파’임을 내세운 나 후보에 대한 전반적 여론의 평가가 내려진 결과로 봐야 할 것이다.

손원제 논설위원 wonj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