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선택’은 경제와 정치에서 모두 쓰이는 용어다. 경제학의 역선택(adverse selection)은 판매자와 구매자가 가진 정보의 비대칭 때문에 시장 실패가 벌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중고차 시장에서 딜러는 차의 성능과 고장 이력 등을 아는 반면, 구매자는 모른다. 새로 도색은 다 해서 나오기 때문에 겉만 봐선 알 수도 없다. 딜러는 성능 좋은 차를 900만원에, 하자 있는 차를 500만원에 팔고 싶어한다. 반면, 구매자는 어떤 차가 좋고 나쁜지 알 수 없기에 중간 값인 600만~700만원 정도를 부른다. 그 결과 나쁜 차는 제값보다 비싸게 팔리는 반면, 좋은 차는 거래가 성립되지 않는다. 나쁜 차들만 거래되니 구매자는 중고차 시장을 외면하게 되고, 결국 시장 자체가 무너지게 된다.
정치의 역선택은 한 정당의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에 상대당 당원·지지층이 전략적으로 개입해 결과를 교란하는 행위를 말한다. 영어로는 ‘정당 습격’으로 번역될 수 있는 ‘파티 레이딩’(party raiding)이다. 당원 뿐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문을 열어놓은 국민경선제(open primary)에서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경쟁 정당 지지층이 몰려와 자기 당 후보에게 만만한 약체 후보에게 몰표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역시 정보의 비대칭성이 깔려 있다. 투표자는 특정한 의도를 갖고 참여하지만, 정당은 투표자의 성향을 알 수 없다. 그러나 경제학의 역선택과는 뚜렷한 차이도 있다. 누가 약체 후보인가의 기준이 사람마다 제각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전체적으로는 ㄱ 후보와 ㄴ 후보를 밀어준 표가 상쇄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4일 오세훈 후보 승리로 끝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경선에서도 역선택 논란이 일었다. ‘여론조사 100%’인 경선 방식에 대해, 나경원 후보 쪽은 여당 지지층이 의도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나 후보를 배제하는 응답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상쇄 가능성을 말할 것도 없이, 자발적으로 등록하는 국민경선도 아니고 걸려오는 전화를 받는 여론조사 응답자 중 후보 경쟁력을 따져 전략적 역선택에 나선 이가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그보다는 ‘짜장면 우파’임을 내세운 나 후보에 대한 전반적 여론의 평가가 내려진 결과로 봐야 할 것이다.
손원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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