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3기 신도시 투기 의혹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와 재발방지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다수의 국민은 ‘생선가게 고양이’라는 불신의 시선이 여전하다. 추가 투기 의혹이 이어지고, 국토교통부 등의 ‘셀프 조사’에 대한 불신이 커지자 급기야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가 전면수사에 나섰다.
엘에이치의 개발정보 유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신창현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8년 9월 정부가 3기 신도시 계획을 발표하기 전에 후보지를 먼저 공개했다. 엘에이치 직원이 후보지를 지자체와 국회의원실에 넘기는 과정에서 유출돼 국민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비슷한 시기 고양 원흥지구 개발 도면도 엘에이치 직원들에 의해 유출됐다. 실제로는 사례가 훨씬 많은데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라는 의심이 적지 않다.
엘에이치의 직원 비리도 단골메뉴처럼 도마 위에 올랐다.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0년 국감에서 “내부감사 결과 뇌물·금품수수 등 혐의로 행정상 처분·주의·경고 등 징계를 받은 직원이 2016년 566명에서 2019년 823명으로 급증했다”고 질타했다. 이은권 전 자유한국당 의원도 2019년 “직원이 연루된 범죄 건수가 2017~2018년 35건으로, 국토부 산하기관 중 최다”라고 지적했다.
엘에이치는 그때마다 기강 확립과 재발방지대책을 약속했지만, 솜방망이 대처에 그쳤다. 2건의 3기 새도시 정보 유출 직원들도 모두 경고·주의에 그쳤다. 김회재 의원은 “2016∼2019년 내부감사에서 신분상 처분 요구가 이뤄진 사례 중 실제 징계 비율은 12%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엘에이치는 뒤늦게 토지거래 제한과 등록제, 부당이익 환수 같은 ‘뒷북 대책’을 내놨다. 금융권의 경우 주식투자 제한 등 엄격한 내부통제시스템을 가동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엘에이치의 ‘제 식구 감싸기’와 허술한 내부가 이번 사태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인재’라고 할 수있다.
일부 엘에이치 직원은 투기 의혹에 대해 “개발정보를 이용한 게 아니다”며 불만이다. 한 신입사원은 “해고 돼도 땅 수익이 평생 월급보다 많다”고 말했다. 엘에이치 사장을 지낸 변창흠 국토부 장관도 “정보를 알고 산 것은 아닌 것 같다”며 민심과는 거리가 먼 두둔성 발언을 했다.
개발정보를 이용한 투기는 범죄행위다. 그렇지 않더라도 직무와 이해충돌 위험성이 있는 행위는 하지 않는 게 공직자의 기본 자세다. 엘에이치의 ‘도덕적 불감증’이 심각한 수준이다. ‘생선가게 고양이’라는 오명을 씻으려면 환골탈태가 필요하다.
곽정수 논설위원 jskwa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