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석진 ㅣ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지하경제는 국민의 경제활동 중에 정부의 공식통계에 잡히지 않는 부분을 지칭한다. 시장에서 거래는 되지만 국가의 공식통계에 기록되지 않는 이유는 다양하다. 단순 누락이거나 오류일 수도 있지만 경제주체가 의도를 가지고 숨기는 경우도 대체적이다.
조세부담은 지하경제가 발생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경제활동으로 소득이 창출되면 정부에 소득신고를 하고 과세가 이루어진다. 조세부담이 높으면 경제주체는 될 수 있으면 과세당국에 소득을 줄여 신고하거나 아예 소득을 감추려는 경향을 보인다. 이때 지하경제가 발생하게 된다.
복지제도도 지하경제 발생의 이유가 된다. 경제활동이 어려워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혜택을 받으려고 하면 신청자는 개인정보 활용에 대한 동의를 하고 복지 당국은 신청자의 소득과 자산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다. 수집된 소득과 자산에 대한 정보를 기반으로 소득인정액을 계산한다. 소득인정액에는 소득을 전환한 소득평가액과 자산을 소득으로 전환한 소득환산액이 포함된다. 소득인정액이 일정 수준보다 낮으면 급여를 국가로부터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소득이 발생해 소득인정액이 커지면 지금까지 받던 복지 혜택을 더 이상 받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수급자들이 정부가 포착할 수 없는 비공식 부문에서 소득을 창출하고 그 소득을 숨길 유인이 발생한다.
또한 현금을 이용한 거래 비율이 높으면 지하경제의 규모가 커진다.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로 결제가 이루어지면 거래 자료가 남는다. 현금으로 지불해도 현금영수증이 교부되는 경우엔 소득을 감추기 어렵다. 하지만 현금영수증 없이 현금 거래가 많아지면 지하경제의 규모도 커지게 된다. 많이 없어지긴 했지만 현금으로 물건값을 치르는 경우 물건값을 깎아주는 관행은 지하경제를 활성화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지하경제는 정의상 통계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추정을 해야만 그 규모를 가늠할 수 있다. 대표적인 방법은 에너지 소비량에 해당하는 국민소득을 산출해보고 이를 발표된 국민소득과 비교해보는 것이다. 경제활동과 에너지 소비량은 안정적인 관계를 갖고 있어 에너지 소비량을 살펴보면 실제 경제활동의 규모를 가늠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계산한 국민소득과 발표된 국민소득의 차이가 지하경제 규모가 된다. 다른 방법은 현금수요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좀 어렵긴 하지만 실제 현금수요와 세부담이 0일 때의 현금수요 차이를 추정하고, 이 정보를 이용해 지하경제 규모를 추산하는 방법이다.
우리나라의 지하경제 규모는 그동안의 노력으로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국민총소득의 30% 정도 규모로 추정되었으나 최근에는 10% 이하로 줄어든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신용카드 소득공제, 현금영수증 사용, 전자세금계산서 발행 등을 통해 거래의 투명성을 확보한 결과이다.
코로나19는 공식 부문뿐만 아니라 지하경제에도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공식 부문에 대해서는 3차에 걸쳐 재난지원금과 피해지원이 제공되었다. 4차 재난지원금의 목적 중 하나는 사각지대를 발굴하고 이에 대해 지원을 확대하는 것이다. ‘더 넓게 더 두텁게’의 ‘더 넓게’에 해당하는 정책들이다. 사회보험의 사각지대에 해당하는 특수고용노동자와 프리랜서에 대한 지원까지 확대가 되고 있다.
문제는 비공식 부문인 지하경제에서 소득을 창출하고 있었던 국민들에 대한 지원 여부이다. 예를 들어, 정부는 노점상에 대해 사업자 등록을 전제로 소득안정지원자금을 명목으로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50만원 받자고 사업자 등록을 할 노점상은 많지 않을 거라는 주장도 있다. 노점상은 국민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납세자인 저임금 노동자에 대한 지원도 없는 현시점에서 소득신고를 하지 않았던 국민들에 대한 피해지원이 국민적 동의를 받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지원은 하되 비공식 부문의 공식 부문 편입을 유도하는 현 정책은 합리적인 정책으로 보인다. 영세한 노점상의 경우 종합소득세나 부가가치세 부담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오히려 소득파악을 통해 정부가 지원을 해줄 정당성과 근거를 제공해준다고 볼 수 있다. 동시에 사업자 등록을 할 수 없지만 소득감소로 고통받는 서민들은 긴급복지체계나 한시생계비지원금을 통해 지원하는 현 정부의 정책은 장기적으로 보면 올바른 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