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전 국무총리 수사팀의 ‘거짓 증언 강요’ 의혹과 관련해 임은정 대검찰청 감찰정책연구관이 수사에서 배제되면서 검찰의 ‘사건 배당’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사퇴 직전인 지난 2일, 이 사건을 지난해 9월부터 조사해온 임 연구관 대신 허정수 감찰3과장에게 전격 배당했고 대검은 사흘 만에 사건을 무혐의 처리했다. 검찰에서 사건을 개별 검사에게 나눠 맡기는 과정인 배당은 검찰 지휘부가 수사의 방향이나 수위를 입맛대로 주무르는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법무·검찰개혁위원회는 2019년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 등을 배당권자의 의중대로 처리할 가능성이 높은 검사에게 배당하는 방식으로 사건처리 방향을 유도할 수 있다”며 검찰도 투명하고 공정한 사건 배당을 하도록 관련 절차를 규율하는 법령을 만들도록 법무부에 권고했다. 배당이 일종의 전관예우인 ‘배당 예우’나 ‘검사 길들이기’에 이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했다.
유럽연합 반부패기구인 ‘그레코’(GRECO)는 검사의 독립적이고 공정한 업무 처리를 위해선 외부로부터의 독립성과 더불어 내부로부터의 독립성이 확보돼야 하며, 여기에서 핵심적인 게 배당이라고 짚는다. 위계구조로 이뤄진 검찰에서 지휘부가 배당 권한을 자의적으로 행사해 수사를 왜곡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배당에 관한 명확하고 객관적인 규정을 두고, 특히 사건을 재배당하거나 검사를 특정 사건에서 배제할 경우 사전에 마련된 규정에 근거해 그 정당성이 설명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수사 의지를 보인 임 연구관을 배제한 윤 전 총장의 사건 배당은 ‘그레코’가 우려하는 ‘내부로부터의 독립성 침해’의 전형적인 사례로 보인다. 한 전 총리를 수사한 특수통 검사들을 감싸기 위한 게 아니었냐는 의심도 받고 있다. 이 사건의 공소시효는 오는 22일 모두 끝난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그 전에 재배당 등 수사지휘권을 발동할지가 관심을 끈다. 박 장관은 15일 “(이 사건의) 과정과 결과를 투 트랙으로 놓고 면밀히 보고 있다”며 “6천 쪽에 이르는 감찰 기록을 제가 직접 볼까 한다”고 말했다.
박용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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