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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성한용 칼럼] 제3 후보가 매번 실패하는 이유는

등록 2021-03-24 15:37수정 2021-03-25 02:40

제3 후보는 언제나 반정치주의를 적당히 이용했다. 정주영 회장도 그랬고 안철수 교수도 그랬다. 정치하면서 반정치주의를 이용하는 것은 위선이다. 유권자는 어리숙해 보이지만 멍청하지 않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한겨레 자료사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한겨레 자료사진

성한용ㅣ정치부 선임기자

1987년 체제가 들어선 이후 제3 지대는 항상 열려 있었다. 그러나 제3 후보는 늘 실패했다.

출발은 1992년 정주영 현대 회장이었다. 정주영 회장은 1992년 3월 총선을 앞두고 통일국민당을 창당해 31석 원내교섭단체를 만들었다. 12월 대선에 출마했다. 겨우 16.31%를 득표했다.

1995년 제1회 전국동시 지방선거 서울시장 선거에서 제3 후보는 무소속 박찬종 후보였다. 대단한 기세를 올렸지만 33.51% 득표로 2위에 그쳤다.

1997년 대선을 앞두고 유시민 작가가 <97 대선, 게임의 법칙>이라는 책을 썼다. 정권교체를 위해 제3 후보를 내세워야 한다고 했다.

김대중 총재는 여권의 분열, 대다수 김종필 지지자들의 전폭적 지원, 재야의 지지라는 세 가지 조건이 동시에 충족돼야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다고 했다. ‘낙타가 바늘귀를 지나가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그래서 이를테면 조순 시장 같은 제3 후보를 내세워 밀어줘야 한다고 했다. 엄밀히 말하면 제3 후보론이 아니라 대리전을 하라는 주문이었다. 그런데 낙타가 바늘귀를 지나갔다.

제3 후보론은 그래도 힘을 잃지 않았다. 2002년 대선 제3 후보는 정몽준 의원이었다.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가 흡수했다.

2007년 대선에는 이회창 무소속 후보가 출마했다. 세 번째 도전이었다. 제3 후보라고 할 수 없었다.

2011년부터 제3 후보의 지위를 이어간 것은 정치 신인 안철수 교수였다. 2012년 대선,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서울시장 선거, 2020년 총선에 도전했다. 거의 다 실패했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도전은 제3 후보로서 마지막 승부수였을 것이다. 결국 또 실패했다.

대한민국 정치에서 제3 후보는 왜 매번 실패하는 것일까?

첫째, 반정치주의다.

제3 후보는 언제나 반정치주의를 적당히 이용했다. 정주영 회장도 그랬고 안철수 교수도 그랬다.

정치하면서 반정치주의를 이용하는 것은 위선이다. 유권자는 어리숙해 보이지만 멍청하지 않다.

둘째, 확증편향이 점점 더 심해지는 추세 때문이다.

확증편향은 정보화 시대의 부산물이다. 사실과 믿음이 충돌하면 과거에는 믿음을 바꿨다. 지금은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내 편’과 ’네 편’만 존재하는 생태계에서는 제3 후보가 헤집고 들어가 공간을 만들기가 어렵다.

셋째, 정당의 주인이 바뀌고 있다.

약간의 설명이 필요하다. 과거 정당의 주인은 총재였다. 정당을 만들기도 쉬웠고 없애기도 쉬웠다. 지금 정당의 주인은 당원들이다. 정당을 만들기도 어렵고 없애기도 어렵다. 제3 후보가 자신의 정치적 기반인 정당을 새로 만들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이제 대한민국 정치에서 제3 후보는 사라질까? 안철수 대표를 끝으로 제3 후보는 더는 없는 것일까?

그게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때문이다. 안철수 대표의 신비감이 꺼져가는 제3 후보 무대에 윤석열 전 총장이 등장하고 있다. 절묘하다.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상종가를 기록하고 있다. 누구보다도 윤석열 전 총장 자신이 가장 당황스러울 것 같다.

100세 넘은 철학자를 찾아가서 “내가 정치를 해도 되겠냐”고 물어본 이유도 그래서일 것이다.

윤석열 전 총장 인기가 치솟는 이유가 뭘까? 문재인 정부의 실정 때문이다. 윤석열 총장에 대한 무리한 징계 청구는 그에게 ‘핍박받는 의인’의 이미지를 선사했다.

그 뒤 엘에이치(LH) 사태가 터지자 문재인 정권 심판을 위한 정치적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윤석열 전 총장이 내년 대선에 출마할 수 있을까? 없다고 본다.

두 가지 이유다.

첫째, 그는 제3 후보다. 한계가 명확하다. 거품은 언젠가 꺼질 것이다.

둘째, 그가 출마하면 대한민국 검찰은 윤석열 전 총장의 정치 조직으로 전락한다. 그럴 리도 없겠지만 그래서는 절대로 안 된다.

요즘 윤석열 전 총장이 대한민국 대통령이 될 수도 있고, 잘할 수도 있다고 추켜세우는 논객들이 있다.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비판하는 것은 정당하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까지 앞장서는 것은 지나치다. 계속하면 언젠가 혹세무민의 책임을 혹독하게 져야 할 것이다.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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