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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가는 길 험난해도 웃으며 갈 수 있을까? / 권혁철

등록 2021-04-19 15:51수정 2021-04-20 02:39

1938년 11월 북한 김일성 주석이 이끌던 항일유격대는 중국 몽강현(현재 지린성 징위현)에서 압록강 연안 장백현까지 100일 넘게 행군했다. 이른바 ‘고난의 행군’이다. ‘토벌작전으로 항일유격대가 전멸했다’는 일본 선전을 반박하려면 국내에 들어가서 총소리를 내야 한다고 보고, 압록강 연안까지 갔다고 한다.

북한 문헌을 보면, 1938년 말부터 1939년 초까지 이뤄진 이 행군은 험난하기 짝이 없었다. 일본군은 악착같이 포위 공격을 했다. 칼바람이 불고 눈보라가 몰아쳤다. 김일성 주석의 독창적인 전술 덕분에 유격대는 일본군과의 전투에서 백전백승을 거뒀다고 북한은 주장한다. 대원들은 식량이 떨어지자 미숫가루 한 홉까지 나누어 먹는 동지애를 발휘했다. “고난의 행군을 극심한 고난 속에서 동지적 연대와 강철 같은 헌신이 꽃피었던 시기로 묘사하기도 한다. 불가능한 상황 속에서 지도자를 믿고 따르며 최후의 승리를 거둬서 자랑스러운 혁명국가의 초석을 놓았다는 것이다.”(<고난과 웃음의 나라>, 정병호)

1990년대 중후반 북한에서는 수십만명 이상이 굶어 죽고 병들어 죽는 대참사가 발생했다.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난의 행군이 다시 등장했다. “전체 당원들과 인민군 장병들과 인민들은 사회주의 3대 진지를 튼튼히 다지며 백두밀림에서 창조된 고난의 행군 정신으로 살며 싸워 나가야 한다.”(1996년 1월 북한 신년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8일 노동당 세포비서대회 폐회사에서 “당중앙위원회로부터 시작해 각급 당조직들, 전당의 세포비서들이 더욱 간고한 고난의 행군을 할 것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악몽 같은 시절을 되풀이하느냐’, ‘주민이 굶어 죽어도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 같은 국내외 언론 보도가 나왔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지난 14일 “전체 인민에게 고난의 행군 정신으로 무장할 것을 호소한 것은 과거지사”라며 이번 고난의 행군 발언은 북한 주민이 아닌 노동당에 요구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조선신보>는 “고난의 행군 정신에 대하여 알지도 못하는 세력들이 고난의 행군이라는 술어를 경제난, 생활고의 동의어로 쓰면서…”라고 비판했다. 고난의 행군을 누가 하든, 가는 길이 험난하면 웃으며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권혁철 논설위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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