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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미-일 경제전쟁과 미-중 패권전쟁 / 곽정수

등록 2021-04-28 16:28수정 2021-04-28 18:46

미국에 처음 진출한 한국 자동차는 현대의 소형차 엑셀이다. 1986년 수출 첫해 17만대를 파는 대박을 쳤다. 이런 ‘엑셀 신화’가 미-일 경제전쟁의 ‘어부지리’ 효과라는 점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미-일 전쟁이 끝난 지 20여년 만에 미-중 전쟁이 발발했다. 경제 강국 간 전쟁은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한국 수출에서 중국과 미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25.8%, 14.4%(2020년 기준)로 1, 2위를 차지한다. 한국이 자칫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꼴이 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큰 이유다. 청와대의 부인으로 맥이 빠졌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론이 급부상한 배경이기도 하다.

한국으로서는 미국의 의도, 중국의 대응, 우리의 조건 등을 종합해서 세밀하게 전략을 짜야 하는데, 미-일 전쟁에서 일본의 대응을 참고하면 도움이 될 것 같다. 미-일 전쟁은 1960년대 시작되어 1980~1990년대 정점으로 치달았다. 일본은 1950년대 후반부터 급성장하며 미국의 글로벌 경제 패권을 위협했다. ‘제2의 진주만 습격’이었다.

자동차가 대표적이다. 뛰어난 ‘가성비’를 앞세운 일본 차의 공세에 미국 업체들은 속수무책이었다. 미국의 대일 무역적자의 절반 이상이 자동차에서 발생할 정도였다. 미국이 보복관세 등 통상 압력으로 대응하자 일본은 1981년 대미 수출 물량을 줄이는 내용의 ‘미-일 자동차 협정’을 맺었다. 이후 일본 업체들은 미국 현지 생산을 늘리고, 주력 수출 차종을 중소형에서 렉서스 같은 고급형으로 전환했다. 한국의 엑셀이 그 빈자리를 차지했다.

1980년대 중반 미-일 반도체 전쟁이 불꽃을 튀었다. 일본의 총공세에 밀려 인텔이 디램에서 백기를 들었다. 미국은 미래 첨단산업의 중심인 반도체의 주도권을 뺏기지 않기 위해 통상 압력을 가했다. 일본은 1986년 미국과 ‘반도체 협정’을 맺고, 자국 시장의 최소 20%를 외국 기업에 양보하는 등의 약속을 했다. 일본 반도체는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한국이 메모리 반도체 1위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이를 떼놓고 생각할 수 없다. 대신 일본은 한국이 반도체를 생산하는 데 꼭 필요한 설비와 재료를 공급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미-일 전쟁은 경제 주도권을 둘러싼 싸움이었다. 미-중 전쟁은 경제를 넘어선 패권전쟁의 성격이 짙다. 금융연구원의 지만수 박사는 “경제에 국한되지 않고 외교·군사·사회·기술·문화를 총동원하는 종합적 체제 경쟁”이라고 말한다. 일본은 미국에 적당히 양보하고 살아남는 생존전략을 구사했다. 반면 중국이 스스로 무릎 꿇는 일은 상상하기 힘들다. ​미-중 전쟁의 강도가 미-일 때보다 훨씬 더 격렬할 가능성이 큰 이유다. 미국은 중국의 핵심산업 전반을 겨냥한다. 반도체 전쟁은 시작일 뿐이다. 미-일 전쟁은 30년 이상 계속됐다. 미-중 전쟁은 그 이상의 장기전이 될 수도 있다.

한국은 미-일 전쟁에서 어부지리를 얻었다. 미-중 전쟁에서는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까?

곽정수 논설위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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