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노벨문학상 수상작은 중국 작가 모옌의 <개구리>였다. ‘인민을 위해’라는 사명감으로 당국의 한자녀정책(계획생육)을 철두철미하게 관철하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둘째 아이를 가진 여자들을 임신중절시키는 산부인과 의사의 이야기이다.
1978년 결정된 한자녀정책은 국가 권력이 역사상 가장 대규모로 여성의 몸을 통제하며 인구를 조절한 정책이었다. 중국학자들은 이 정책으로 2억~4억명의 출산을 ‘억제’했다고 추정한다. 그로 인한 인권 침해, 아이를 잃은 이들과 태어나지 못한 생명의 비극이 <개구리>에도 담겨 있다.
역사의 흐름은 순식간에 바뀌었다. 2010년 무렵 중국은 노동인구가 감소하는 ‘루이스 전환점’에 도달했다. 문제의 심각성을 뒤늦게 깨달은 중국 당국은 2015년 두자녀를 낳을 수 있도록 정책을 완화했다. 시진핑 국가주석까지 직접 나서 가족의 가치와 출산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출산률은 계속 하락하고 있다. 양육비가 너무 높아졌고 무엇보다 여성들의 인식이 바뀌었다. 출산을 강제로 막아온 중국의 권력도 출산을 강제할 방법은 없다.
지난주 중국 인구를 둘러싼 논란이 벌어졌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제7차 전국 인구 조사를 실시했는데,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이 조사 결과 중국 인구가 60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해 14억 이하로 줄었다고 28일 보도했다. 다음날 중국 국가통계국은 웹사이트에 한줄짜리 성명을 올려 “중국 인구는 2020년에도 계속 증가했다”고 반박했지만, 구체적 수치는 밝히지 않았다.
중국의 인구가 감소세로 돌아서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인구 13억8천만의 인도가 조만간 세계 최대 인구대국이 된다. 중국 내에서도 ‘부유해지기도 전에 늙어가는’ 상황에 대한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노동인구가 줄고 급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성장 둔화, 연금 고갈, 양로와 의료 문제 등이 심각해질 것이다. 중국인민은행도 지난달 이런 도전을 경고하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경제학자 찰스 굿하트와 마노즈 프라단은 <인구대역전>에서 중국 노동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세계 경제의 흐름을 바꾸고 있다고 분석한다. 냉전이 끝난 뒤 1980년대부터 중국과 구소련 국가의 수억명 노동자가 전세계 생산망에 새로 진입했다. 노동력이 갑자기 급증하자 세계적으로 노동자들의 협상력이 약화돼 저임금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저물가, 저이자율, 불평등의 시대를 맞이했다. 이제 중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의 노동인구 감소가 세계화의 퇴조와 맞물리며 그 흐름을 뒤집고 있다. 임금은 오르고 불평등은 완화되겠지만 고이자율과 고물가의 인플레이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고 굿하트 등은 예고한다.
청년들이 처한 환경과 의사를 고려하지 않는 ‘출산률 높이기’ 정책보다는, 고령화와 인구 감소가 한국과 동아시아, 전세계에 일으킬 변화를 직시하고 현실적인 대책을 준비할 때다. 중국의 인구 감소는 한국에도 무거운 경고다.
박민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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