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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세상읽기] 종부세로 청년층 주거지원을 / 우석진

등록 2021-05-04 14:22수정 2021-05-05 02:41

우석진 ㅣ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지난 4월 재보궐선거는 집권 여당의 참패로 마무리되었다. 특히 서울에서는 모든 구에서 패배했고, 동 수준에서도 몇개의 동을 제외하고는 전부 패배했다.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패배다.

패배엔 수만가지 요인이 있다. 조세저항의 분위기도 그중 하나가 된다. 공시지가와 공시가격이 2월에 발표되었고, 서울은 평균 20% 가까이 올랐다. 우리의 주택에 대한 보유세가 누진 구조임을 고려해보면 고지서를 받기 전이라도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가 늘어날 것임은 쉽게 예상해볼 수 있다.

6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서는 재산세 감면 조치가 있어 재산세가 줄어드는 사람도 있고, 종부세가 늘어난다고 해도 소폭일 수 있다는 정부의 설명이 있었지만 시민들은 의심을 거둬들이지 않았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집값을 올려놓고, 시민에게 세금을 무지막지하게 부과하려고 한다는 불만이 쌓였다. 여기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가 더해지면서 납세자이면서 시민의 표심이 어마무시하게 표출되었다.

집권 여당은 이후 대응한다면서 종부세와 재산세 부담을 낮추겠다는 개편안을 앞다투어 내놓았다. 지금은 다소 차분해졌지만 보유세를 내리지 않고서는 다음 대선 역시 기약할 수 없다는 분위기는 이어지고 있다.

재산세와 종부세는 좀 구분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경제학에서는 재산세를 일종의 지방 공공재에 대한 조세/가격으로 본다. 조세의 특징 중 하나는 내는 것과 받는 것이 일치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세금을 많이 낸다고 국가로부터 많은 혜택을 받거나 적게 낸다고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재산세는 지방세이기 때문에 지역의 세수가 늘어나면 그만큼 그 지역의 공공재 공급이 늘어난다. 때문에 재산세는 지역 공공재에 대한 가격의 역할을 한다. 좀 더 많은 지역 공공재가 필요한 사람들은 그 지역으로 이사를 가면 된다. 이른바 발로 하는 투표를 통해 재산세는 지역 공공재의 가격 역할을 하게 된다.

지역 공공재 공급에 큰 변화가 없는데 재산세가 급등한다는 것은 지역 주민으로서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부동산 가격이 수급 불균형으로 인해 크게 오른 경우라도 그렇다. 재산세에 있어 중요한 건 지방 공공재 공급에 필요한 세수다. 필요한 수준 이상 세수가 들어오면 환급해주거나 재산세 세율을 낮춰주는 것이 사리에 맞다. 그런 의미에서 공시가격이 급등한 서울의 경우 재산세 부담에 대한 조정이 어느 정도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종부세는 재산세와 같이 보유세이기는 하지만 다른 측면도 있다. 종부세는 일종의 부유세 성격을 가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부과하는 재산세 외에 일정한 기준을 초과하는 토지와 주택 소유자에 대해서 지방정부가 아닌 국세청이 별도로 국세를 부과하고 있는 것이다. 종부세는 주택을 한 사람이 너무 많이 소유해서는 안 된다는 우리 사회의 합의를 보여주는 신호 기능을 한다. 부동산값 폭등 국면에서 종부세는 수요를 억제해주는 순기능을 하고 있어 종부세는 큰 변화 없이 과세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종부세를 완화하면 2018년과 마찬가지로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주게 된다.

문제는 종부세의 세수 역시 큰 폭으로 빠르게 늘어난다는 것이다. 지난해 종부세 세수는 3조원을 넘었고, 올해는 5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종부세 세수는 부동산 교부세의 형태로 전액 지방정부에 나누어 주고 있다. 종부세가 원래 재산세의 일부를 가져온 것이니 그 세수를 지방으로 돌려주는 것은 논리상 맞는 얘기이다. 하지만 종부세수가 급증한 현 상황을 고려해보면 모든 세수를 지방으로 돌려주는 것이 최선은 아닐 수 있다.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계층은 청년층이다.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늘어난 종부세 세수의 일부분을 청년층을 위해 사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 작년 수준에 자연 증가분만큼을 부동산 교부세로 지방에 배분하고 남는 부분은 청년 주거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개선하는 재원으로 사용할 수 있다면, 부동산 가격으로 혜택을 본 계층과 타격을 받은 계층이 연결될 수 있는 통로가 될 수 있다. 물론 종부세 세수의 사용은 입법 사항이기 때문에 쉽게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지방정부의 양해도 필요하겠다. 하지만 이렇게 할 수 있다면 종부세가 청년층에는 험한 세상의 다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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