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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법사위 개혁’ 실종 사건 / 손원제

등록 2021-05-04 17:09수정 2021-05-05 02:39

여야가 새 원내 지도부를 구성하자마자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직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3일 “민주당이 장물(법사위원장)을 돌려주는 것은 권리가 아닌 의무”라고 주장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4일 “국회법에 상임위원장 임기는 2년으로 정해졌고 어떤 법에도 의원이 교섭단체 대표의원의 지시에 따라 상임위원장을 그만둘 수 있다는 조항을 찾을 수 없다”고 되받았다.

법적으로는 윤 원내대표 말이 맞다. 그런데도 김 원내대표가 ‘장물’ 표현까지 쓰며 ‘반환’을 요구하는 근거는 관행이다. 17대 국회 이래 의석수에 따라 제1당이 국회의장, 제2당이 법사위원장을 맡는 관행이 이어져왔는데, 21대 국회에서 무너진 것을 바로잡자는 것이다. 그러나 맹점이 있다. 민주화 직후인 1988년 13대 국회에서 의석수별 상임위원장 배분 관행이 정립돼 쭉 유지돼온 것과 달리, 법사위원장은 17대 국회에 와서야 치열한 기싸움 끝에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 몫으로 돌아갔다. 그전까지는 대체로 여당이 법사위원장도 차지했다. 17대 이후로도 법사위원장을 누가 갖느냐는 다른 상임위원장 배분과 달리 늘 여야 간 지난한 협상의 대상이 됐다. 온전히 관행으로 자리잡았다고 보기 어려운 대목이다.

여야가 법사위원장을 놓고 원구성 때마다 혈투를 벌이는 건, 법안 처리의 최종 길목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각 상임위에서 만든 법안을 본회의에 올리기 전 법사위에서 체계·자구를 심사하게 돼 있는데, 야당 법사위원장이 이를 핑계로 법안 심사를 무한정 끌더라도 속수무책이다. 법사위가 다른 상임위 위에 군림하면서 민생·개혁법안마저 정략적 이유로 지연시켜온 행태는 국회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키운 한 요인이다.

결국 본질적 해법은 법사위가 법에도 없는 ‘상원’ 노릇을 못 하게끔 법을 바꾸는 것이다. 법사위원장을 차지하겠다고 싸울 이유가 사라진다. 그러나 21대 국회 초반 떠들썩했던 법사위 개혁은 1년이 다 되도록 진척이 없다. 민주당은 애초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 폐지·이전 등을 담은 ‘일하는 국회 법’을 당론 1호 법안으로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법사위원장을 차지하고 나서는 입을 씻고 있다. 짜증을 유발하는 감투 다툼일랑 그만하고, 법사위 개혁 실종 사건부터 해결할 것을 권한다.

손원제 논설위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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