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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열성당원 / 이세영

등록 2021-05-05 14:59수정 2021-05-06 02:37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문자 폭탄’ 공세로 논란을 일으킨 친문 권리당원들을 ‘강성당원’ 대신 ‘열성당원’으로 바꿔 부르자고 제안했다. <표준국어대사전>은 ‘강성’을 “센 성질” 또는 “분노나 증오 따위의 감정 상태”로 정의한다. 반면 ‘열성’에는 “열렬한 정성”, “어떤 일에 열렬한 애정을 가지고 열중하는 마음”이라는 긍정적 뜻풀이를 달아놓았다. 송 대표로선 ‘강성’이란 말에 담긴 부정적 어감을 순화해볼 요량으로 ‘열성’이란 대체 표현을 떠올렸을 테지만, 이름을 달리 불러 상황이 얼마나 바뀔지는 의문이다.

역사 속 열성당원은 신과 공동체에 대한 애정뿐 아니라, 안팎의 적을 향한 증오와 적대감으로 똘똘 뭉친 집단이었다. 예수시대를 전후해 활동한 ‘젤롯당원’(Zealots)이 그들이다. 이들의 활동은 유대인 역사가 플라비우스 요세푸스가 쓴 <유대전쟁사>에 나와 있다. 예수의 열두 사도 중에도 젤롯당원이 있었는데, 시몬 베드로와 이름이 같았던 ‘가나안인 시몬’이다. 유대 역사가들은 젤롯당을 바리새, 사두개, 에세네파에 이은 예수 시대의 4번째 파당으로 분류한다.

이들은 야웨 신앙의 순수성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배교자와 이방인 압제자에 대한 테러와 무장투쟁을 주도했다. 우리말 성경은 젤롯당원을 ‘열성당원’ ‘열심당원’으로 옮긴다. 급진주의 신학이 융성하던 1960년대, 서구 신학자들은 예수를 젤롯당에 우호적인 팔레스타인 혁명가로 묘사하기도 했다. 예수파의 활동을 ‘무산자 운동’으로 정의한 독일 사회주의자 칼 카우츠키의 영향이었다. 하지만 주류 신학계는 예수를 영적 구원을 설파한 평화주의자로 규정하며 젤롯당의 폭력 노선과는 대척점에 위치시켰다.

열성당원들은 로마의 세금 수취와 성전 훼손 사건 등을 기화로 근본주의 사제집단, 약탈 유랑민 무리 등과 합세해 서기 66년 예루살렘에서 반로마 무장봉기를 일으켰다. 하지만 그들의 폭력과 공포정치는 저항세력 안에 내분과 살육극을 불렀고, 결국 로마군의 압도적 무력 앞에 처절하게 진압당했다. 증오와 폭력, 공포를 수단 삼아 지키려던 공동체의 순수성과 그 상징 예루살렘 성전 역시, 30여년 전 예수의 예언대로 “돌 위에 돌 하나 남지 않고”(마가, 13장 2절) 파괴되었다.

이세영 논설위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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