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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연합정치 해야 민생을 살릴 수 있다

등록 2021-05-17 16:17수정 2021-05-18 02:08

국정의 성과를 보장하는 것은 대통령 개인의 인기나 리더십이 아니라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다. 야당을 국정의 파트너로 끌어들여 정책을 세우고 집행해야 그 정책은 비로소 대한민국 정부의 정책이 된다. 연합정치가 가능한 구조를 어떻게 만드느냐가 누구를 대통령으로 뽑느냐보다 훨씬 중요한 문제다.

2018년 11월5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제1차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첫 회의에 앞서 여야 5당 원내대표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민주평화당 장병완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문 대통령,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 청와대 사진기자단
2018년 11월5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제1차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첫 회의에 앞서 여야 5당 원내대표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민주평화당 장병완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문 대통령,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 청와대 사진기자단

[성한용 칼럼]  성한용 ㅣ 정치부 선임기자

대통령제의 가장 큰 해악은 승자독식이다. 제도적으로 국정에 참여할 길이 없는 야당은 대통령 임기 내내 맹목적 반대에 몰두할 수밖에 없다. 정권을 무너뜨려야 집권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민생이다. 야당의 맹목적 반대는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흔든다. 신뢰가 흔들리면 정책의 효과가 뚝 떨어지고,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진다.

대통령과 여당은 정책 실패의 책임을 야당에 떠넘기려는 유혹에 쉽게 빠질 수 있다. 그러나 야당의 공격을 당해낼 재간이 없다. ‘무능한 데다 무책임하고 오만하기까지 한 정권’ 프레임에 한번 걸려들면 빠져나오기 어렵다. 결국 정쟁만 난무하고 민생은 갈수록 피폐해진다.

정권이 넘어가서 여야가 바뀌어도 공수 교대만 있을 뿐 갈등의 원리는 바뀌지 않는다. 근본적 원인이 권력구조에 있는 탓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어떤 정부가 들어서도 성공하기 어렵다. 1987년 이후 모든 정부가 이 함정에 빠졌다.

2017년 5월9일 대통령 선거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가 2·3·4등을 했다. 대선에서 2·3·4등은 의미가 없다. 그냥 꽝이다. 세 사람은 지난 4년 동안 문재인 정부에 대한 맹목적 반대에 몰두했다.

문득 궁금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아니라 세 사람 중에 누군가 대통령에 당선됐다면 어떻게 됐을까? 대선 공약집을 찾아보았다.

홍준표 후보는 청년 일자리(기업) 뉴딜 정책으로 일자리 110만개를 창출하겠다고 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안철수 후보는 연평균 근로시간을 1800시간대로 단축해 근로자의 휴식권과 건강권을 보장하겠다고 했다. 세입자의 임대차 계약 갱신 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유승민 후보는 민간기업 근로자도 육아휴직제도를 최장 3년 활용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자사고와 외고를 폐지하고 개별 고등학교 교육 과정을 다양화하겠다고 했다.

세 사람 모두 시간당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인상하겠다고 약속했다. 세 사람 모두 개헌을 해서 대통령 권력을 분산하겠다고 약속했다.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문재인 대통령 대선 공약과 큰 차별성을 찾기 어렵다.

그래서다. 홍준표 대통령, 안철수 대통령, 유승민 대통령이었으면 문재인 대통령보다 더 잘할 수 있었을까? 전혀 아니라고 본다.

2022년 3월9일 대통령 선거에 나서는 주자들도 마찬가지다. 이재명, 윤석열, 이낙연, 홍준표, 안철수, 정세균, 유승민, 심상정 중에서 누가 대통령이 된들 대한민국이 갑자기 흥할까? 아니면 망할까? 그렇지 않다고 본다.

국정의 성과를 보장하는 것은 대통령 개인의 인기나 리더십이 아니라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다. 야당을 국정의 파트너로 끌어들여 정책을 세우고 집행해야 그 정책은 비로소 대한민국 정부의 정책이 된다. 연합정치가 가능한 구조를 어떻게 만드느냐가 누구를 대통령으로 뽑느냐보다 훨씬 중요한 문제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런 원리를 모르지 않았다. 2018년 11월5일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가 모여 여·야·정 국정 상설협의체를 만들었다.

참석자들은 “경제·민생 상황이 엄중하다는 공통된 인식 아래 국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입법과 예산에 초당적으로 협력한다”며 12개 항의 합의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국정 상설협의체는 다시 열리지 않았다. 너무나 아쉬운 일이다.

이제 여야 대선주자들의 시간이다. 대선주자들이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 이대로는 누가 대통령이 되든 민생을 살릴 수 없다. 대통령이 돼도 성공할 수 없다는 뜻이다. 개헌해야 한다.

그런데 개헌은 쉽지가 않다. 개헌하지 않고 연합정치를 할 수 있는 길은 없을까? 있다. 여야 후보 대선 공약에서 공통적인 내용을 추출해 정책 합의서를 만들고 새 대통령과 여당과 야당이 함께 추진하면 된다. 어렵지 않다.

우리에게 연합정치가 낯설기만 한 것은 아니다. 1988년 총선 이후 들어선 여소야대 4당 체제에서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작동했다. 1997년 디제이피 연합 사례도 있다.

연합정치를 하지 않으면 민생을 살릴 수 없다. 민생을 살리지 못하면 대한민국이 결국 망한다. 정치인들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때다. 권력은 혼자 먹는 음식이 아니다.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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