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결] 서복경ㅣ더가능연구소 대표
최근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캠페인이 재밌다.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에서부터 ‘꼰대와 비닐우산’까지, 지금 이 시대 필요한 정치인은 어떤 사람인가에 관한 고민의 계기를 제공한다. 우리는 내년 3월 대통령선거,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고, 당장 여름부터 대선을 향한 주요 정치인들의 경쟁이 시작될 것이다. ‘누가’ 이전에 ‘어떤’ 정치인이 필요한가를 생각해봐야 할 시점이다.
이준석 후보의 당대표 도전이 던지고 있는 파장은 정치에서 ‘젊음’의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여론이 그에게 호응하는 것은 단순히 물리적 나이의 젊음이 아닐 것이다. 우리나라 제1야당에 ‘시대감각을 탑재한 정치인이 필요하다’는 정도의 의미로 읽을 수 있겠다. 시대감각이란 현재를 사는 보통 사람들의 감수성에 공감할 능력이다. 그런 의미에서 모든 시대의 정치는 젊어야 한다. 민주주의는 항상 당대 다수자의 선택과 동의로 운영되는 체제이기 때문이다.
물론 정치인의 나이가 시대감각을 가르는 기준일 수는 없다. 2016년 미국 민주당 당내 경선에서 일약 스타로 떠오르면서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위협하고 민주당 대선 정책의 물길을 바꾸어놓았던 버니 샌더스는 당시 75살이었다. 2020년 미국 대선에서 미국을 ‘위기에서 구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올해 79살이다. 그는 28살 때 기초의회 의원으로 선출 공직을 시작한, 말 그대로 경륜 있는 정치인이다. 하지만 기후위기와 불평등 의제를 정면으로 다루었고, 당선되자마자 한 일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한 파리기후협정에 재가입하는 것이었다.
2005년부터 지금까지 16년째 독일 총리로 재직하고 있는 메르켈은 1954년생이다. 메르켈은 14살 때 구동독 집권당에 가입해 정치활동을 시작한 경륜 있는 정치인이었지만, 2005년 집권 이후 독일 사회의 전향적인 녹색전환을 이끌었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위기 속에서도 꿋꿋이 유럽연합을 이끌고 있다. 나이와 관계없이 시대감각을 탑재한 정치인이었기에 긴 세월 유권자의 지지를 받으며 버텨냈을 것이다.
그러나 시민의 선택을 받으려면 공감 능력에 더한 무엇이 있어야 한다. 시대를 읽을 뿐 아니라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그 방향으로 시민을 설득할 능력이다. 메르켈 총리는 독일 보수정당 정치인이지만, 사회민주당과 연정을 했고 녹색당의 기후위기 대응 정책을 과감히 받아들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경을 막고 파리기후협정에서 탈퇴할 때, 파리협정과 더 개방적인 난민정책을 지지하면서 유럽 정치의 중심을 잡았다. 그 힘은 2019년 유럽연합이 ‘그린딜’을 채택할 수 있는 강력한 배경이 되었다. 그는 더 인간적인 사회와 전향적인 녹색전환이라는 방향으로 독일 유권자들을 설득하고 동의를 받아낼 능력이 있었던 것이다.
지금 한국 사회에 필요한 정치인의 감각과 능력 또한 다르지 않다. ‘코로나19’ 발발 이후 1년이 넘게 지속된 비상상황 속에서 시민들은 지쳐 있고, 무엇보다 불안하다. 이 팬데믹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는 점에서도 불안하지만, 이후의 세계가 어디로 갈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을 감각으로 느끼기 때문이다. 눈 깜짝할 사이에 일자리가 없어지고 생겨난다. 팬데믹은 한국 사회의 심각한 불평등을 순간순간 자각시킨다. 이상기후는 일상이 되고 있다. 자연이든 생계든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다는 걸 몸으로 느끼고 있다. 그러나 과거가 아닌 미래는 무엇인지 알 수 없다. 이 근원적 불안을 감각하고 미래의 방향을 설득할 수 있는 정치인이 필요하다. 기후위기와 불평등의 세계를 헤쳐나가는 일은 결코 ‘한 방’에 가능하지 않다. 길고 고통스러운 과정이라는 걸 솔직히 인정하면서 함께 갈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감각과 능력을 가진 정치인을 발견해서 공직에 앉히는 건 시민의 능력이다. 5천만의 미래를 위해 정치인과 시민 모두에게 능력 발휘가 필요한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