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우석진 ㅣ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시작은 지난 5월27일 서울시가 안심소득 시범사업 자문단을 위촉한다고 발표하면서였다. 오세훈 시장은 지난 선거 과정에서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던 안심소득에 대한 실험을 위한 자문단을 구성했다. 안심소득은 이른바 ‘하후상박’ 구조로, 소득 하위 계층에는 더 두텁게 지원하는 선별복지제도라고 발표되었다. 발표된 안에 따르면 안심소득은 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를 대상으로 하되 기준선 이하 소득의 50%를 차등 지원한다. 오 시장은 최초 제시했던 중위소득 100% 기준을 포함해 현실에 맞게 실험안을 재구성할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등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과 중복을 피할 필요도 있고 보건복지부와의 협의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음날인 5월28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오 시장의 안심소득을 강하게 비판하기 시작했다. 먼저, 이 지사는 기본소득 도입을 제1정책으로 하겠다는 국민의힘의 정책 방침에 어긋날 수 있다는 점을 짚었다. 더 나아가 안심소득은 저성장 양극화 시대에 걸맞지 않으며 차별적인 소득지원 정책은 ‘세금만 내는 희생집단’과 ‘혜택만 받는 집단’으로 갈등 대립시키고 낙인을 찍는 낡은 정책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러자 같은 날 오후에 오 시장은 이 지사의 기본소득은 기본소득의 기본원칙도 지키지 못한 선심성 현금살포의 포장에 불과하다고 비판하였다. 안심소득은 양극화를 해소하는 데 반해 이 지사의 기본소득은 양극화를 극대화한다고 비판하였다. 여기에 오 시장은 무턱대고 비판만 하지 말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달라고 이 지사에게 주문하였다.
5월29일 이 지사가 다시 포문을 열었다. 이 지사는 오 시장에게 안심소득의 재원 마련 방법이 무엇인지 따져 물었다. 안심소득의 재정 소요 추계 규모가 17조원가량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재원 대책에 대해 파고든 것이다.
여권의 대선주자 빅3인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 역시 이 지사의 기본소득을 비판했다. 정 전 총리는 기본소득이 민주당의 당론이 될 수 없다면서, 기본소득이 현시점 우리에게 필요하지도, 적절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지속가능하지도 않다고 밝혔다. 대안으로는 개인형 맞춤 복지서비스를 강조하는 ‘마이마이 복지’를 제안하였다. 이낙연 전 대표 역시 ‘신복지’를 화두로 내세우며, 기본소득보다는 사회복지체계를 충실히 해서 기본소득 이상의 효과를 얻도록 하는 방법이 있다고 주장하였다.
정말로 간만에 정책 경쟁의 장이 섰다. 상호비방의 네거티브가 아니라 정책을 둘러싼 논쟁에 대해 일단 환영하고 싶다. 경제학자로서 몇가지 관전 포인트를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안심소득이나 기본소득이 재원대책이 부실한 것은 사실이다. 이 지사는 불요불급한 지출이나 조세감면을 줄이거나 신규 세원을 발굴해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최근 재산세나 종부세 논쟁에서 알 수 있듯 증세가 녹록지는 않다. 안심소득 역시 재원 문제 때문에 중위소득이 아니라 중위소득보다는 훨씬 아래가 될 가능성이 높다.
둘째, 경제학적으로 보았을 때는 안심소득보단 기본소득이 낫다. 기본소득은 기본적으로 수급 자격에 조건이 없기 때문에 근로가능 계층의 경제활동 참가 결정에 대체로 왜곡이 작다. 복지제도라는 것이 대상자의 소득이 적은 경우 지원받게 되어 있어 일을 하지 않을수록 복지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그런 의미에서 현 복지제도는 노동공급 결정 측면에서 왜곡을 발생시킬 수 있다. 하지만 기본소득은 그런 유인체계를 내재하고 있지 않다. 반면, 안심소득은 일을 할수록 받을 수 있는 돈이 줄기에 노동공급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 하후상박이 듣기에는 합리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노동공급 친화적이지는 않다.
셋째, 안심소득 같은 소득재분배 정책을 지방정부인 서울이 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져봐야 한다. 전통적으로 소득재분배 정책은 중앙정부의 정책이었다. 지방정부가 소득재분배 정책을 하면 그 지방으로 사람들이 몰려들 수가 있다. 해당 지방의 재정도 힘들어질 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형평성 차원에서도 문제가 생긴다.
오 시장같이 대규모 재정정책 시행 전에 간단한 실험을 하는 것은 권장할 만한 일이다. 실험 과정에서 정책의 장단점이 드러나고 시행 여부를 포함해서 정책의 수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활발하고 생산적인 토론으로 우리나라의 건설적인 소득보전 정책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