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는 현대 천문학의 가장 뜨거운 주제다. 우리가 아는 물질, 에너지와는 전혀 다른 성질을 갖고 있을 것이라는 가정만 난무한다. 이름 자체가 알 수 없는 물질-에너지라는 뜻을 담고 있다. 일반적 방법으로는 탐지조차 할 수 없는 이 미지의 존재가 우주 전체에 지구나 태양 같은 보통 물질보다 훨씬 많이 존재한다고 보는 천문학자들이 다수다. 우주의 물질-에너지 총량 중 암흑에너지가 70%, 암흑물질이 25%이며, 보통 물질은 5%라고 한다.
암흑에너지 같은 희한한 존재를 가정하는 것은 우주가 ‘가속팽창’을 한다는 관측 때문이다. 1998년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솔 펄머터 교수와 하버드대 브라이언 슈밋, 애덤 리스 교수팀이 우주가 시간이 갈수록 더 빨리 팽창하고 있다는 관측 결과를 발표했다. 우주가 가속팽창을 한다는 것인데,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척력(밀어내는 힘)으로 작용하는 새로운 형태의 에너지인 암흑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봤다. 이후 암흑에너지의 실체 규명을 위해 전세계 과학자 수천명이 수조원의 연구비를 쏟아붓고 있지만, 아직껏 흔적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암흑에너지 열풍을 불러온 미국 연구팀의 관측 결과가 잘못된 전제 위에 서 있으며, 오류를 보정하면 오히려 암흑에너지는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는 반박을 이영욱 연세대 천문우주학과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이 내놨다. 미국의 세 교수가 2011년 노벨물리학상을 받는 등 학계 정설로 자리잡은 ‘암흑에너지-가속팽창 패러다임’의 전환을 세계 천문학의 변방쯤으로 인식돼온 한국 연구팀이 시도하고 나선 것이다.
이 교수팀은 미국 노벨상 수상자들이 쓴 것과 같은 방식의 ‘초신성 관측’ 자료 분석을 통해 정반대 결론을 이끌어냈다. 미국 연구팀은 멀리 떨어진 초신성일수록 예상보다 더 어둡다는 관측에 근거해, 우주가 더 빨리 팽창하기 때문에 별빛도 어둡게 보인다고 봤다. 그러나 이 교수팀은 먼 곳의 초신성이 예상보다 더 어두운 건, 더 빨리 멀어져서가 아니라 애초에 더 어린 별이어서 더 어두울 뿐이라고 반박한다.
물론 여전히 가속팽창을 지지하는 다른 근거들이 남아 있다. 하지만 "가장 직접적인 증거"(이영욱 교수)가 흔들리는 만큼 우주론의 재점검은 불가피해 보인다. 21세기 학문적 대논쟁이 한국에서 발화하는 모습을 보는 일은 케이-팝, 케이-방역만큼이나 왠지 뿌듯하다. 유튜브 ‘카오스재단’ 채널에서 이 대논쟁을 찾아볼 수 있다.
손원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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