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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최선 아닌, 최악을 피하는 부동산 정책을

등록 2021-06-13 15:16수정 2021-06-14 02:41

[세상읽기]  최한수 |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2·4 대책 이후 서울 부동산 시장은 안정되었는가? 유감스럽게도 그렇지 않아 보인다. 2·4 대책 이후 서울 아파트 시장은 ‘거래량 감소-가격 상승’이란 과거 4년의 궤적을 따라가고 있다. 2·4 대책 이후 서울 아파트 매매는 20% 감소한 반면, 가격은 4% 올랐다. 이 상승폭은 2020년 6·17 대책 다음으로 가장 높다. ‘영끌’을 주도한 30대 매수도 여전하다. 올해 4월 서울 아파트를 매수한 30대는 전체 매수자의 34%로, 40대의 26%나 50대의 16%보다 높다. 물론 30대 비중이 가장 높았던 올해 1월에 비해 6%포인트 낮아졌지만 2019년 1월보다 9%포인트 이상 높다. 동시에 서울의 증여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이 사실들은 공공 주도로 서울에 32만호 주택을 공급하여 시장 안정을 가져오겠다는 2·4 대책의 효과가 제한적임을 보여준다. 그 원인 중 하나는 오세훈 시장의 재건축정책이다. 재건축에 따른 신규주택 증가가 제한적이기에 이는 공급보다는 수요를 자극하여 가격을 올릴 것이다. 2·4 대책의 한계는 공공 주도 공급정책의 실현 가능성에 있다. 사람들은 정부가 과연 민간에도 힘든 복잡한 이해관계의 조정을 통해 사업을 진척시킬 수 있는 능력과 유인이 있는가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정부과천청사 부지 4천호 개발 계획의 변경에서 보듯 그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지난 4년의 가격 상승 원인은 첫 2년과 그 후 2년이 다르다. 2017~18년 상승이 다주택자에 의한 것이라면 이후 상승은 무주택자나 1주택자의 매수 때문이다. 즉 최근 2년의 가파른 상승은 투기수요보다는 규제 위주 정책의 한계와 공급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은 시장에 대한 기대를 바꾸는 정책이 필요한데, 2·4 대책은 한계가 있다.

민주당의 우유부단함도 문제다. 중요한 이슈인 추가 공급이나 종부세 개정에 대해 결정을 미루고 있다. ‘부동산은 현상 유지하고 다른 정책으로 지지율을 올려 대선을 치르자’는 판단의 산물일 수 있다. 이는 서울시장 선거 때의 민주당 전략과 유사한데 ‘엘에이치(LH) 투기 사태’는 이 전략이 얼마나 허약한가를 보여준다.

선거를 이기고 싶은가? 한양대 하준경 교수는 ‘정권 명운 걸린 소득과 집값의 경주’라는 칼럼에서 “주택의 가격이 서민과 중산층의 소득보다 빠르게 올랐던 시기의 정권은 정권재창출에 실패했다”(<동아일보>, 2017년 5월)는 흥미로운 주장을 했다. 실제 케이비(KB)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기준으로 김대중 정부에서 서울 집값은 총 42%, 1인당 명목 국내총소득은 총 47% 올랐다. 이명박 정부에서 서울 집값은 -3%, 1인당 소득은 23% 상승했다. 반면 이후 정권이 교체된 노무현 정부에서 서울 집값, 1인당 소득 상승분은 각각 57%, 28%였다. 현재 문재인 정부의 집값, 소득 상승 수준은 각각 48%, 4.8%이다. 이러한 사실들은 현재 민주당 대선 후보자들의 서울 지지율 정체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보여준다. 갤럽 조사에 따르면 여당 후보들의 서울 지지율은 경기·인천보다 9%포인트나 낮다. 경기·인천의 집값 상승은 서울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각각 34%와 22%였다.

일각에서는 현재의 가격 폭등은 약한 규제 탓이기에 투기이익 환수를 위한 더 강한 규제 도입을 주장한다. 심지어 1가구 1주택자 종부세 인하와 같은 미세조정조차도 선거 때문에 이를 수정하느니 원칙을 지킨 ‘명예로운 패배’를 감수하자고 주장한다. 경제학자로서 정책을 조언할 때 자주 최선이 아닌 차선의 정책을 고민한다. 이론과 달리 현실에서 최선의 정책 집행이 가능한 상황은 거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보 정부’에서의 부동산 정책의 반복된 실패와 이명박 정부에서의 종부세의 형해화를 지켜본 개인으로서 차선도 아닌 최악을 피하는 정책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강남 그린벨트나 용산 개발과 같은 추가적 공급정책이 필요하고 1가구 1주택자 종부세 조정과 주택임대차보호법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믿는 이유는 이것이 차선의 정책임을 확신해서가 아니라 부동산 정책의 전반적 후퇴를 가져올, 보수 정부로의 정권교체라는 최악의 결과를 피할 수 있는 정책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투기이익 환수나 자산불평등 해소라는 당위만을 강조하는 부동산 정책으로 돌아선 30~40대의 중도 유권자를 데려올 방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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