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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KAI의 눈물 / 곽정수

등록 2021-06-13 15:57수정 2021-06-14 10:14

2003년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만든 고등연습기 T-50이 첫 시험비행에 성공했다. 카이가 자력으로 개발한 첫 비행기였다. 외환위기로 경영난에 처한 삼성·대우·현대의 항공사업을 합병해 기사회생한 뒤 4년만의 쾌거였다. 활주로를 힘차게 차오르는 T-50을 바라보는 임직원의 눈에서는 굵은 눈물이 흘렀다.

그로부터 18년. 카이는 4월9일 첫 국산 전투기 KF-21(보라매)을 선보였다. 개발·생산에 18조원이 소요되는 KF-21은 자주국방을 위한 핵심 사업이다. 전투기 양산까지 성공하면 미국·러시아·중국 등에 이어 세계 8번째가 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시제 1호기 출고식은 국민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지난 4일 경남 사천의 카이 본사에서 개발현장을 둘러봤다. 시제 1호기가 엔진을 떼어내고, 기체에 붙은 여러 점검창을 열은 채 지상시험을 하고 있었다. 후속 시제기들도 한창 조립 중이었다.

KF-21은 우리 공군과 인도네시아에 총 170여대를 공급한다. 하지만 그 이전에 혹독한 시험 과정을 거쳐야 한다. 내년 7월 첫 비행 이전까지 엔진가동·항공전자·항공기 활주 등 각종 지상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이후로도 2026년 6월 양산 돌입 전까지 총 2341회의 비행시험을 한다.

그런데 현장의 분위기가 이틀 전 한 신문보도 때문에 무거웠다. 이 신문은 “시제 1호기가 출고식 이후 다시 해체작업에 들어가 각종 점검·평가가 불가능한 상태”라며 “대통령이 참석한 출고식 일정에 맞춰 서둘러 조립한 것 같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해당 기사는 영어·일본어로도 보도되어 해외에서도 큰 파문을 낳았다. 일어판 기사에는 “4월에 완성된 것은 모형” 등과 같은 일본 네티즌의 조롱성 댓글이 여럿 달렸다. 사업 파트너인 인도네시아와의 사업비 분담비율 조정 협상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방위사업청 한국형전투기사업단은 “계획된 일정에 따라 점검과 시험을 진행 중이고, 일부 장비 및 부품을 탈거하거나 분해하는 것은 시험과정에 수시로 일어나는 일”이라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법적 대응도 준비 중이다. 카이의 한 임원은 T-50 첫 비행 때 흘린 눈물을 상기하며 안타까워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포함한 언론개혁법을 추진 중이다. 언론의 사회적 책임과 가짜뉴스로 인한 피해자 구제 목적이다. 하지만 대다수 언론은 표현의 자유 위축과 과잉규제를 이유로 반대다. KF-21 기사의 진실 여부는 아직 가려지지 않았다. ‘카이의 눈물’이 언론개혁법 논의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곽정수 논설위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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