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사업본부가 사회적 약속과 달리 택배 분류작업을 개별 노동자에게 계속 전가한다며 우체국택배 노동자들이 지난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포스트타워 기습 점거 농성에 들어갔다. ‘투쟁’이라 쓴 빨간 머리끈, ‘기습 점거’라는 말이 주는 강경한 느낌과 어울리지 않게 농성자들은 경찰의 작은 움직임에도 긴장하며 농성장에서 곁눈질을 한다. 이태 전 노동조합에 평생 처음 가입했다는 쉰아홉 택배노동자는 현장에 ‘철의 노동자’가 울려 퍼지자 나눠 받은 악보를 꺼내 들었다. 허공에 팔을 뻗으면서도 시선은 오선지에 고정한 채 투쟁가를 따라 부르던 그가 어서 다시 일터로 돌아갈 수 있기를.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