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부는 벌판에 우주선 하나가 내려앉았다. 우주선의 정체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사용하던 비행기 격납고다. 일본군은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서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이라는 이름의 제주도 ‘모슬포’ 지역에 비행장을 짓고 중국 대륙을 폭격하는 용도로 사용했다. 주민들은 비행장 건설 노역에 동원됐고 수없이 희생됐다. 전쟁이 끝나고 해방이 됐으나 연이어 닥친 4·3 사건으로 제주 사람들은 비행장 근처 섯알오름에서 집단학살을 당했다. 모슬포 주민들은 한국 근현대사의 아픔을 겪었지만 바람에 흩날리는 풀잎처럼 살아남았다. 제주 사람들과 함께 역사가 되고 생명이 되어준 바람이 오늘도 분다. 서귀포/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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