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반구 곳곳에 이례적인 폭염이 연일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27일 캐나다 밴쿠버에서 한 시민이 시원한 바람을 쐬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북미 서부지역에서 ‘살인적 폭염’이 맹위를 떨치고 있다. 여름에도 선선한 날씨를 유지하던 지역의 기온이 40도를 훌쩍 넘어가고, 온열질환으로 인한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 고기압의 정체로 뜨거운 공기가 한 지역에 갇히는 ‘열돔’ 현상이 이번 폭염의 원인으로 꼽히는데, 먼 나라의 일로 여길 수만은 없다. 기후변화에 따른 ‘대기 정체’ 현상은 어디에서든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함은 물론, 장마에 이어 닥쳐올 폭염 대비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외신 보도를 보면, 일주일 넘게 이어진 폭염으로 캐나다 남서부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서만 700여명이 돌연사했다. 일반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사망자 수의 3배에 이르는 수치라고 한다. 6월 일평균 최고기온이 20도를 밑돌던 밴쿠버 근처의 작은 도시 리턴의 최고기온은 50도 가까이 치솟았다. 예년 같으면 여름에도 날씨가 선선하던 미국 북서부의 오리건주와 워싱턴주에서도 온열질환 사망자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2018년 우리나라를 포함해 지구촌 곳곳에서 살인적인 폭염을 불러온 ‘열돔’ 현상은 기후변화를 빼고는 설명하기 어렵다고 본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동서 방향으로 대기를 이동시키는 역할을 하는 제트기류가 약해지면서 대기 정체 현상이 심화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역대 최장 장마와 올해 늦은 장마의 원인도 한반도 상공의 대기 정체 현상과 관련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인간의 잘못된 행동의 결과인 기후변화가 인간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장마 때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빠르게 퍼졌던, ‘이 비의 이름은 장마가 아니라 기후위기입니다’라는 해시태그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만약 이번 장마가 짧게 끝나고 북미처럼 더운 공기가 한반도 상공에 갇힐 경우 우리나라에도 최악의 폭염이 닥칠 수 있다. 모든 재난이 그렇듯이, 폭염의 피해도 에너지 빈곤층을 비롯한 취약계층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코로나19 확산세가 잡히지 않는다면 ‘무더위 쉼터’ 등을 운영하기 어려워져 더 큰 피해를 낳을 수 있다. 코로나19 방역과 폭염 대비 안전망 구축을 동시에 하는 일이 녹록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인 만큼, 어느 하나 소홀히 해선 안 된다.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힘을 모아 빈틈없는 대책을 세우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