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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머지포인트 황당한 ‘환불 사태’, 금융당국은 뭐했나

등록 2021-08-15 19:08수정 2021-08-15 19:39

지난 13일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머지포인트 운영사 머지플러스 본사에 환불을 요구하는 이용자들이 모여 있다. 연합뉴스
지난 13일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머지포인트 운영사 머지플러스 본사에 환불을 요구하는 이용자들이 모여 있다. 연합뉴스
‘무제한 20% 할인’을 내세운 전자상품권으로 소비자들을 끌어모은 머지포인트가 11일 밤 갑자기 사용처를 일방적으로 축소하면서 환불 사태가 나흘째 이어지는 등 파문이 일고 있다. 돈을 날리게 될 것을 걱정한 소비자들이 본사로 몰려가 환불을 요구하며 거세게 항의했고 이 과정에서 혼란이 커지자 경찰까지 출동했다.

머지포인트는 소비자가 월 1만5천원을 운영사인 머지플러스에 지불하고 액면가에서 20% 할인된 머지포인트를 온라인몰에서 구입해 가맹업체인 대형마트, 편의점, 음식점 등 200여개 브랜드 6만여개 매장에서 사용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머지포인트 100만원어치를 20% 할인된 80만원에 사서 앱에 등록하면 100만원어치를 결제할 수 있다. 머지플러스는 2019년 1월 영업을 시작했는데 ‘무제한 20% 할인’이 입소문을 타면서 급성장했다. 현재 앱 가입자가 100만명, 월평균 거래액이 300억~400억원, 발행 포인트 누적 금액이 100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현행 전자금융거래법은 2개 이상 업종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전자상품권을 발행하려면 금융위원회에 전자금융사업자로 등록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머지플러스는 그동안 미등록 상태에서 영업을 해왔다. 머지플러스가 지난달 투자 유치를 위해 자신들의 사업이 전자금융업에 해당되는지를 금융감독원에 문의했고 금감원이 지난주 “전자금융업 등록를 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형사처벌을 받는다”고 답변했다. 그러자 머지플러스가 홈페이지를 통해 음식점을 제외한 나머지 업종에서 머지포인트 사용 중단을 기습 공지한 것이다. 사용처가 200여곳에서 20여곳으로 대폭 축소됐다. 머지포인트 이용자 가운데는 생필품을 싸게 사서 생활비를 아껴보려고 한 서민들이 많다고 한다. 머지플러스는 이용자들에게 환불 약속을 했는데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다.

머지포인트 사업 방식을 보면 지속 가능성에 의문이 든다. 20%라는 높은 할인율은 그만한 수익 모델이 없이는 계속 유지할 수 없고 결국 적자가 쌓일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머지플러스가 등록 업체가 아니어서 감독을 할 법적 권한이 없으며 미등록 업체들까지 모두 감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설득력이 떨어진다. 감독 권한은 없더라도 최소한 소비자들에게 주의를 환기시켰어야 했다. 금융당국도 처음에는 몰랐을 수도 있겠지만 머지플러스가 3년 가까이 사업을 하면서 가입자가 100만명에 이를 정도로 거래 규모가 커졌다면 당연히 실태를 파악하고 필요한 조처를 취했어야 했다. 그동안 금융당국이 뭐를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또 등록 업체 여부도 확인하지 않은 채 머지플러스와 제휴한 티몬·위메프·11번가·G마켓 등 온라인몰, 하나금융그룹의 하나멤버스와 KB국민카드 등 금융사, 프랜차이즈 외식업체 등도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이들은 하나같이 “우리도 알지 못했다”며 발뺌하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이런 유명 업체들이 제휴하고 있기 때문에 믿음을 갖고 머지포인트를 이용했을 것이라는 점에서 무책임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핀테크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이런 사태가 언제라도 재발할 수 있다. 핀테크 산업의 육성을 위한 지원은 아끼지 말아야 하지만 소비자 피해 등 부작용이 없도록 관리·감독 강화 등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소비자들도 할인율뿐 아니라 업체의 신뢰도와 리스크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건 두말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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