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중국대사관 인근에서 나라지킴이고교연합, 자유수호포럼 등 우익단체가 주최한 반중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유력 대선 후보들이 중국과 관련해 경솔한 발언을 잇달아 쏟아내고 있다. 연이은 대중국 강경 발언으로 젊은층의 ‘혐중’ 정서에 편승한다는 지적을 받아온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만이 아니다. 이번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불법 중국 어선 격침’ 발언으로 논란에 가세했다.
이 후보는 지난 8일 <세계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에 대해 “영해 침범인데, 그런 건 격침해버려야 한다. 소말리아 (해적이) 왔어도 봐줬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서 해역에서 이뤄지는 북한이나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은 강력 단속하겠다. 할 말은 한다”고 덧붙였다. 국민들 가운데는 이 후보의 이번 발언을 ‘시원하다’고 반기는 이도 적지 않다. 외교 채널을 통한 정부 차원의 항의와 당부에도 개선의 여지가 안 보이니 피해 어민이나 일반 국민 처지에선 충분히 보일 수 있는 반응이다. 그러나 ‘격침’은 집권당 대선 후보 입에서 나와서는 안 될 매우 부적절한 말이다.
이 후보로선 미-중 사이에서 전략적 실익을 추구하는 실용노선이 보수 쪽으로부터 ‘반미친중’ ‘저자세 외교’라고 공격받는 상황이 억울했을 수 있다. 하지만 외교는 ‘사이다’ 발언을 남발해도 되는 영역이 아니다. 국제법적으로 민간 어선에 대한 무력 사용은 상대 공격에 대한 방어나 불법 선박 나포를 위해 필요한 경우로 제한돼 있다. 영해를 침범했다는 이유로 어선을 격침한다면 심각한 국가 간 분쟁으로 비화할 위험이 크다. 불법 행위에는 국제 규약과 국내법 절차에 따라 엄정히 대응하면 된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국외 저널 기고문에서 ‘문재인 정부가 중국에 굴복했다’고 표현한 대목도 매우 우려스럽다. 윤 후보는 최근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 어페어스>에 실린 글에서 미국 중심 안보회의체 참여로 중국의 경제 보복을 경험한 일본·호주·인도를 거론한 뒤 “한국은 이들 나라와 달리 중국의 경제 제재에 굴복하면서 안보 이익을 희생시켰다”고 했다. 반복되는 ‘사드 추가 배치’ 발언으로 중국과의 외교적 긴장을 높이는 것도 모자라, 중국과 첨예하게 대립 중인 미국의 외교 매체에 ‘굴복’이라는 모멸적 표현까지 동원해 자국 정부의 외교 기조를 문제 삼은 것이다.
민감한 시기인 만큼, 첨예한 이해가 걸린 외교 현안에 대해선 발언 하나하나에 신중해야 한다. 지금 여야 대선 후보에게 요구되는 공통의 덕목은 절제와 진중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