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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정치 보복 논란’ 한발 뺀 윤석열, 분명하게 사과해야

등록 2022-02-10 18:29수정 2022-02-11 10:11

문 대통령 “강력한 분노” 입장 표명

파문 확산…얼렁뚱땅 넘길 일 아냐

증오 부추기는 선거전 당장 멈추길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더케이 호텔에서 열린 ‘공정과 국민통합의 대한민국-전북과 함께!’ 신년인사회에 참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더케이 호텔에서 열린 ‘공정과 국민통합의 대한민국-전북과 함께!’ 신년인사회에 참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정치 보복’ 논란을 촉발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적폐 수사’ 발언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강도 높게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현 정부를 근거 없이 적폐 수사의 대상, 불법으로 몬 것에 대해 강력한 분노를 표하며 사과를 요구한다”고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을 통해 밝혔다. 그러면서 “중앙지검장, 검찰총장 재직 때는 이 정부의 적폐를 있는데도 못 본 척했다는 말인가. 아니면, 없는 적폐를 기획사정으로 만들어내겠다는 것인가. 대답해야 한다”고 했다. 자신이 지난 5년간 이끌어온 정부를 적폐로 규정하고 이를 청산하는 수사를 하겠다는 윤 후보의 발언을 좌시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국민의힘은 “부당한 선거개입”이라고 반발했는데 이치에 맞지 않는다. 불과 11개월 전까지 현 정부의 검찰총장이었던 이가 마치 정권 차원의 불법·비리가 만연한 것처럼 주장하는데, 가만히 보고만 있을 대통령이 어디에 있겠는가.

보수언론들도 비판하는 등 자신의 발언이 거센 역풍을 맞자 윤 후보는 이날 오후 “우리 문재인 대통령님과 저와 똑같은 생각이라고 할 수 있다. 저 윤석열의 사전에 정치보복이라는 단어는 없다”고 말했다. “우리 문 대통령님”이라는 표현을 여러차례 사용했다. “현 정부에서 수사한 건 헌법 원칙에 따라 한 거고, 다음 정부가 자기들 비리·불법에 대해 수사하면 보복인가”라고 정색하고 따진, 하루 전 나온 <중앙일보> 인터뷰 발언과는 사뭇 다르다. 한발 빼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적폐가 무엇인가’ ‘대통령에게 사과할 뜻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오늘은 그 얘기는 안 하는 게 좋겠다”고 답변을 피했다. 당당하지 못한 태도다. 소나기는 일단 피하고 보자는 얄팍한 속내가 아니라면, 큰 파문을 불러온 자신의 발언에 대해 명확하게 해명하고 잘못이라고 생각한다면 진솔하게 사과하는 게 옳다. 얼렁뚱땅 넘어가려 해서는 안 된다.

해명과 사과의 대상에는 당선도 되기 전에 최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을 ‘독립운동가’에 비유하며 서울중앙지검장에 앉히겠다고 한 것도 포함돼야 한다. 검찰 중립성 훼손을 넘어 검찰 장악 의도를 드러낸 위험한 발언이기 때문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후보들은 미래 비전과 정책을 통해 국민들의 지지를 호소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 선거 양상은 비전과 정책 경쟁이 실종된 빈 공간을 갈등과 증오를 부추기는 날 선 언어들이 채우고 있다. 이런 대선이라면 어느 쪽이 승리한들 원활한 국정 운영에 필요한 권위와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문 대통령의 비판을 “중국에는 한마디도 못 하면서 야당에만 극대노한다”는 식으로 비꼰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발언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당 대표가 자기 당 후보를 편드는 것까지는 이해하고 넘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상대를 조롱하고 깎아내려 적대감을 키우는 ‘도발의 정치’는 이쯤에서 멈추기 바란다. 그렇게 키운 국민 절반의 적의와 분노는 결국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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