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가 지난해 12월26일 서울 여의도동 당사에서 자신의 ‘허위 이력’ 의혹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깊숙이 연루돼 있음을 보여주는 정황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검찰이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 5명만 구속기소하고 김씨는 아직까지 조사조차 하지 않고 있지만, 권 회장 등의 공소장에 딸린 범죄일람표를 보면 김씨의 증권계좌 5개가 범죄에 비중 있게 사용됐고 이 중 2개는 김씨가 직접 주식을 사고팔았다. 소극적이었든 적극적이었든 김씨가 ‘가담’했다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범죄일람표는 법무부가 여야 국회의원들에게 제출한 공소장 사본에 첨부된 것이다. 이를 보면, 검찰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이용됐다고 판단한 157개 증권계좌 가운데 김건희씨 계좌가 5개나 포함돼 있다. 김씨 쪽이 구속기소된 ‘주가조작 선수’ 이아무개씨에게 제공했다고 밝힌 신한증권 계좌 1개 말고도 4개가 더 있었던 것이다. 이 가운데 2개는 투자자문사 이아무개 대표가 주가조작에 이용했고, 2개는 김씨가 권오수 회장의 매수 권유로 직접 주식을 사는 데 이용했다.
이로써 ‘잘 운용해달라고 계좌 1개를 맡겼다’는 윤석열 후보의 지난해 10월 해명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주가조작이 이뤄지던 2010년 1월~2011년 3월 사이 김건희씨 계좌들에서 이뤄진 거래 규모가 전체 주가조작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김씨가 주가조작이 이뤄진 시기에 서울대 인문대학 최고지도자 인문학과정 원우수첩에 자신의 경력을 ‘현직 도이치모터스 제품 및 디자인전략팀 이사’라고 기재했던 사실도 25일 드러났다. 권오수 회장이 2012년 김씨에게 대규모 신주인수권을 넘기고, 김씨가 나중에 이를 비싸게 팔아 상당한 차익을 얻은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김씨가 ‘단순 투자’를 했다는 해명은 이제 누구도 믿기 어렵게 됐다.
국민의힘은 범죄일람표 내용이 보도되자 24일 오전 “결정적인 오류가 있다. 2010년 10월28일부터 2011년 1월5일까지 거래된 김건희씨 계좌는 미래에셋대우 계좌이며, 해당 거래는 김씨가 지점 직원에게 직접 주문한 거래”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검은 7시간 뒤 “수사팀에서 재차 범죄일람표를 확인했는데, 오류가 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김씨는 지금처럼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주식 거래 내역을 찔끔찔끔 내놓을 게 아니라, 본인 계좌들의 도이치모터스 거래 내역을 모두 공개하고 거래 경위를 소상히 밝혀야 한다. 주가조작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면 그렇게 못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