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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다시 재계 대표 맡은 전경련, 거꾸로 가는 윤석열 당선자

등록 2022-03-20 19:19수정 2022-03-20 22:53

상의 제치고 경제단체 회동 창구 역할
‘정경유착’ 상징 전경련 부활 신호인가
어렵게 이뤄낸 ‘재벌 개혁’ 후퇴 안 돼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
정경유착의 상징으로 해체 일보직전까지 갔던 전경련이 다시 재계 대표 단체로 전면에 등장하는 것인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와 경제5단체장 간의 오찬 회동이 21일 열리는데, 재계 창구를 전경련이 맡았다. 장제원 당선자 비서실장과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이 협의해 이 모임을 주선했다고 한다. 다른 경제단체들은 전경련을 통해 참석 요청을 받았다고 한다. 전경련이 우연이 창구 역할을 한 게 아니라고 한다. 장 실장과 권 부회장이 오랫동안 조율했다고 한다. 당장 재계에서는 왜 재계의 대표 단체인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를 제쳐두고 전경련이 모임을 주도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고 한다. 전경련 ‘부활’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고 한다.

전경련이 어떤 단체인가. 5·16 군사 쿠데타의 산물인 전경련의 역사는 정경유착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88년 전두환 일해재단 비자금 모금 사건, 1995년 노태우 비자금 사건, 2002년 한나라당 대선 자금 차떼기 사건의 핵심 고리가 전경련이었다. 박근혜 국정농단 사건에서도 전경련은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의 자금 모금 창구를 노릇을 하며 깊숙이 개입했다. 윤석열 당선인 주도한 특검팀 수사에서 확인된 사실이다. 또 박근혜 정부 시절 극우단체들에 뒷돈을 대주고 관제 데모를 지원해온 일도 드러났다. 전경련을 해체해야 한다는 국민 여론이 들끓었고 삼성·현대자동차·SK·LG 등 주요 그룹들이 잇따라 전경련을 탈퇴했다. 전경련의 위상이 급속히 추락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전경련은 재계의 대표 자격을 잃고 대신 대한상의가 그 역할을 맡았다. 재벌을 비롯한 대기업들의 이익단체인 전경련과 달리 대한상의는 대기업·중견기업·중소기업·소상공인을 모두 아우른다. 회원 수가 20만에 이른다. 전경련이 임의단체인 것과 달린 대한상의는 경제단체 중 유일하게 법에 따라 설립된 법정단체다. 비단 국정농단 사건 때문만이 아니라, 대한상의가 재계 대표를 맡은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비정상화의 정상화인 것이다. 외국에서도 재계를 대표하는 곳은 상공회의소다. 실제로 전임 박용만 회장 시절 대한상의는 기업들의 이익만을 일방적으로 대변해온 데서 벗어나 우리 사회 전반과 국가경제 전체의 시각에서 합리적인 목소리를 냈다. 재벌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나 불공정거래에 대한 정부 규제에 반대하지 않았고 재벌 스스로 바뀔 것으로 촉구했다. 박 회장에 이어 지난해 2월 취임한 최태원 회장도 ‘사회적 가치 경영’과 ‘ESG 경영’(친환경·사회적 책임·지배구조 개선)을 강조해오고 있다.

국민적 비판 여론에 밀려 해체 위기에 몰렸던 전경련은 2017년 3월 대국민 사과와 함께 이름 변경과 조직 축소·개편 등 쇄신안을 발표하고 환골탈태를 다짐했다. 하지만 약속은 흐지부지됐고 시간이 지나면서 전경련은 다시 각종 현안에서 반개혁적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등 경제민주화를 위한 ‘공정거래 3법’ 재·개정,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강화, 중대재해처벌법 도입 등에 대해 “경영권 침해”니 “기업 투자 의욕 훼손”이니 강변하며 반대했다.

이런 점에서 전경련을 다시 재계 대표 단체로 내세우는 윤석열 당선자 쪽의 움직임은 우려스럽기 이를 데 없다. 윤석열 당선자에게 묻는다. 윤 당선자는 전경련을 다시 재계의 대표 단체로 인정하려는 건가? 윤 당선자는 우리 사회가 힘들게 이뤄 온 재벌 개혁을 되돌리는 건가? 윤 당선자는 국내외적으로 이미 시효가 지난 것으로 판명된 ‘낙수 효과’를 여전히 믿는 건가? 그래서 대기업 중심의 경제 체제로 회귀하려는 건가? 윤 당선자는 분명하게 답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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