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열린 경제6단체장과의 오찬 회동에 앞서 한국경영자총협회 손경식 회장 등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지난 24일 고용노동부의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산업 현장의 우려를 전달했다고 한다. 인수위가 새 정부 국정 운영의 얼개를 짜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인수위의 이런 행보는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제 막 첫발을 뗀 중대재해처벌법의 힘을 빼려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어서다. 끊이지 않는 ‘일터의 죽음’을 막고자 어렵사리 제정된 중대재해처벌법이 ‘기업 논리’에 밀려 후퇴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
인수위의 움직임을 가볍게 볼 수 없는 것은, ‘친기업’ 일변도로 흐르는 윤석열 당선자의 언행이 오버랩되어 떠오르기 때문이다. 윤 당선자는 지난 21일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등 6개 경제단체 대표들과 오찬을 하면서 재계의 ‘민원’을 청취했다. 경제단체장들은 “기업인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는 중대재해처벌법 보완이 필요하다”(허창수 전경련 회장), “중대재해처벌법을 현실에 맞게 수정해야 한다”(손경식 경총 회장) 등 불만을 쏟아냈고, 윤 당선자는 “기업 활동에 방해가 되는 요소들을 제거하겠다”고 화답했다. 윤 당선자는 선거운동 과정에서도 “경영 의지를 위축시키는 메시지를 강하게 주는 법”이라며 중대재해처벌법에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낸 바 있다.
인수위의 ‘현장 우려 사항’ 전달이 윤 당선자와의 오찬 간담회 자리에서 나온 재계의 ‘민원’을 적극 수용한 결과라는 것은 자명하다. 물론 현재 국회 의석 분포상 더불어민주당이 동의해주지 않는다면 법 개정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나 시행령은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꼬리’(시행령)가 ‘몸통’(모법)을 흔드는 일은 이전에도 왕왕 있었다. 인수위 업무보고 자리에서 노동부는 “필요시 하위 법령 개정 등을 활용해 (법령의) 불확실성 해소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을 인수위에 전달했다고 한다. 법 규정을 명확히 하는 차원을 넘어 법을 무력화하는 데까지 이르는 일은 없어야 한다.
현실에서 더 걱정스러운 것은 윤 당선자의 ‘의중’을 살펴 노동부가 중대 산업재해 수사를 소극적으로 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올해 들어서도 크고 작은 산재 사고가 줄을 이어 노동부가 여러 건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건을 수사 중이다. 법 시행 초기인 만큼 노동부의 자세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산재 사망을 줄이자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취지를 깊이 새기고, 한치의 흔들림도 없이 엄정한 집행 의지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