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신문>이 25일 공개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미사일 시험발사 친필명령서. 연합뉴스
대통령실 이전과 임기 말 인사권 행사 문제로 촉발된 청와대와 윤석열 당선자 쪽의 갈등이 좀처럼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오미크론 대확산과 대내외 경제 여건 악화, 여기에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로 안보 불안까지 가중되는 상황에서 신-구 권력 간의 충돌 국면이 장기화하는 것은 국가적으로 불행한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 당선자가 어떤 전제조건도 달지 말고 하루속히 만나야 한다. 북한이 핵실험·미사일 시험발사를 중단한다는 4년 전 약속을 깨고 사정거리가 미국 본토까지 이르는 ICBM을 쏘아 올린 것은 한반도 상황을 평창올림픽 이전으로 되돌리는 중대한 도발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24일 발사한 ‘화성-17형’ ICBM은 과거에 쐈던 ‘화성-15’보다 사거리가 늘어나 미국 본토 전역을 사정권에 둔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5일 <노동신문>을 통해 “어떠한 군사적 위협 공갈에도 끄떡없는 막강한 군사 기술력을 갖추고 미 제국주의와의 장기적 대결을 철저히 준비해나갈 것”이라며 “강력한 핵전쟁 억제력을 질량적으로, 지속적으로 강화해나가려는 우리 당과 정부의 전략적 선택과 결심은 확고부동하다”고 밝혔다. <노동신문>이 공개한 ‘친필 명령서’를 보면, 김 위원장은 “시험발사 승인한다. 3월24일에 발사한다. 조국과 인민의 위대한 존엄과 명예를 위하여 용감히 쏘라”고 했다.
주목해야 할 점은 북한이 ‘정찰위성 운용을 위한 장거리 로켓 발사’라는 포장을 벗겨버리고 핵과 ICBM 전략 카드를 흔들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그만큼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과 대결의 강도가 격해질 위험이 크다는 얘기다. 핵 실험 재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자에게 묻는다. 대통령실 이전과 임기 말 인사권 행사 문제가 국민의 생명과 나라의 안위가 걸린 ‘국가 안보’만큼 중요한 일인가?
다행히 문 대통령의 지시로 서훈 국가안보실장이 이날 통의동 인수위원회를 방문해 윤 당선자에게 북한의 ICBM 발사 관련 동향과 정부의 대응 조처, 향후 전망 등에 대해 브리핑을 했다. 김은혜 당선자 대변인도 인수위 브리핑에서 “안보에는 ‘원 보이스’”라며 “군 최고 통수권자(문 대통령)의 지휘가 명료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반 보 뒤에 서 있는 것이 관례이자 저희의 도리”라고 말했다. 모처럼 양쪽 간에 공감대가 형성됐다. 회동의 형식과 의제를 조율하며 시간을 보낼 이유가 없다. 지금 절실한 건 문제 해결에 필요한 지혜를 모으는 일이다. 주말을 넘기지 않기를 바란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자가 ‘안보 위기’에 공동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