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권단체 회원들이 지난 2월 서울 지하철 2호선 시청역에서 장애인 이동권 예산 보장을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연일 장애인단체의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비난하고 있다. 주요 사실관계를 과장·왜곡하는가 하면, 장애인단체에 대한 시민들의 적대감을 부추기는 주장도 서슴없이 펴고 있다. 시민들 사이의 갈등을 적극적으로 조정하고 해법을 제시하기는커녕 대놓고 갈라치기를 시도하는 모양새다. 거동에 어려움이 있는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사실상 경찰의 강경 대응을 주문한 데서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이 대표는 지난 25일 에스엔에스(SNS)에 글을 올려 “문재인 정부하의 박원순 시정에서 장애인 이동권을 위해 했던 약속들을 지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오세훈 시장이 들어선 뒤에 지속적으로 시위를 하는 것은 의아한 부분”이라며 포문을 연 뒤, 매일같이 비난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장애인 이동권 약속은 이명박 시장 재임 때 일이다. 장애인단체가 정파적 목적으로 시위를 하는 것처럼 비치게 하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
이 대표는 ‘할머니 임종을 지키러 가야 한다고’라는 제목이 붙은 동영상을 공유하기도 했다. 그러나 출근길 시위 장면을 담은 문제의 동영상은 맥락을 왜곡해 악의적으로 편집한 것이라고 장애인단체가 여러차례 반박한 바 있다. 더구나 서울교통공사의 여론전 대응 문건에 등장해 논란이 되자 공사가 공식 사과문을 내기도 했다. 그런데도 이 동영상을 공유한 것은 장애인단체에 대한 혐오 조장 행위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장애인단체의 핵심 요구는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개정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등의 예산 근거가 기획재정부의 요구로 임의조항으로 바뀐 것을 의무조항으로 되돌리라는 것이다. 기재부에 의해 장애인 관련 법조항의 실효성이 크게 훼손된 사례가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 대표는 장애인단체가 서울 지하철 엘리베이터 100% 설치만을 요구하는 것처럼 축소하고 있다. 설령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 해도 장애인 정책에 대한 몰이해를 드러낸 셈이다.
이 대표는 “서울경찰청과 서울교통공사는 안전요원 등을 적극 투입해 수백만 승객이 특정 단체의 인질이 되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했다. 집회·시위의 자유뿐 아니라 장애인의 안전마저 도외시한 주장이다. 장애인단체에 대한 부당한 공격과 혐오 조장은 집권여당의 대표가 될 인물의 자질을 심각하게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국민을 위한 정치가 무엇인지 숙고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