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최근 경찰서장 회의에 대한 입장을 말하고 있다. 이 장관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로 출근하며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경찰국 추진에 반대하는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두고 ‘하나회의 12·12 쿠데타'에 준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 등 ‘경찰 장악’ 시도에 경찰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데도 정부·여당은 강압과 궤변으로 사태를 악화일로로 몰아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25일 “행안부와 경찰청에서 필요한 조치를 잘해나갈 것으로 본다”며 집단 반발에 대한 감찰·징계 등 강경 대처에 힘을 실었고,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심지어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하나회의 12·12 쿠데타”에 준한다고 비유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직무유기이자 배부른 밥투정”이라고 했다. 법적 근거도 없이 경찰국 신설 등을 밀어붙이는 정부의 행태만큼이나 몰역사적이고 비민주적인 망언들이다.
특히 ‘12·12 쿠데타’ 운운한 이 장관의 발언은 귀를 의심케 한다.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 훼손을 우려하는 경찰들이 의견 수렴을 위해 모인 것을 어떻게 무력으로 인명을 살상하고 국헌을 문란케 한 군사반란에 비유한단 말인가. 독재 시대에 대한 반성의 소산인 지금의 경찰 지휘체계를 30년 전으로 되돌리려는 데서 이미 현 정권의 역사인식 수준이 드러났지만, 이 장관의 발언은 그 밑바닥을 보여주는 듯하다.
이 장관은 또 수사·기소분리 입법 때 검사들이 보인 집단행동과 이번 총경 회의를 구별하며 “검사들은 검찰총장 용인하에 회의를 한 것이고 이번에는 해산명령을 어긴 것”이라고 했다. 공무원이라고 해도 자신들과 직결된 정책 사안에 대해 의견을 모아 내놓는 것은 민주국가에서 표현의 자유로 보장돼야 하며, 이 점에서 두 사안은 전혀 다를 바 없다. 이러한 자발적 의사 표현에 있어 상부의 용인 여부로 그 정당성을 따지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궤변일 뿐이다. 이 장관 말대로라면 과거 한상대 검찰총장의 퇴진을 요구하던 검사들의 집단행동은 불법행위였다는 건가. 오히려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의 해산명령이야말로 정당성 없는 월권행위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오는 30일 경위·경감급 팀장 회의가 예고되는 등 경찰 반발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찍어누르기식 대응은 결코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무엇보다 이 모든 사태의 근원은 정부가 법률이 정한 한계를 넘어 시행령으로 경찰국 신설 등을 밀어붙이는 데 있다. 총경 회의의 위법성을 따지기 전에 정부가 초래하고 있는 위법 상황부터 돌아봐야 할 것이다. 당장 26일 국무회의 상정이 예정된 시행령안을 폐기하고,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 방안을 원점에서 다시 논의하는 게 옳은 해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