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첫 순방을 마치고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과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지난 26일 주고받은 텔레그램 메시지가 공개되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의 중징계 배후가 윤 대통령 아니냐는 의혹이 한층 설득력을 갖게 됐다. 두 사람의 대화는 시대착오적인 권위주의의 민낯 또한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문자에서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가 바뀌니 (당이) 달라졌다”며 이 대표를 직설적으로 언급했다. 그간 보여준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 징계를 비롯해 여당 내부 문제에 대해서는 공개적 언급을 피하며 거리를 두어왔는데, 내심은 그게 아니었던 듯하다. 당무에서 배제된 뒤 전국 순회 장외 여론전을 벌이고 있는 이 대표는 “앞에서는 양의 머리를 걸어놓고 뒤에서는 정상배들에게 개고기 받아와서 판다”며 윤 대통령과 ‘윤핵관’들의 이런 이중적인 태도를 ‘양두구육’에 빗댔다. 이 대표의 징계에 ‘윤심’(윤 대통령의 의중)이 작용했다고 믿는 사람들은 이번 문자 공개로 확증을 얻었다고 할 것이다. 사실이라면 반대세력을 몰아내기 위해 온갖 권모술수를 동원하는 후진적 정치행태라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
더 큰 문제는 ‘제왕적’이라 부를 만한 권위주의적 발상에 있다. 윤 대통령은 그간 이 대표 쪽이 내놓은 이런저런 비판과 쓴소리를 ‘내부 총질’이라고 매도했다. 경박한 표현도 민망하지만, 이견이나 고언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배타적인 태도를 드러낸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대통령의 입에서 걸핏하면 ‘국기 문란’ 같은 말이 튀어나오는 데 이런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새삼 온 국민이 알게 됐다. 권 원내대표의 답도 어처구니없긴 마찬가지다. 그는 원내대표 출마를 전후해 여러 차례 “대통령에게도 할 말은 하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그래 놓고 “대통령님의 뜻을 잘 받들어 당정이 하나되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한 것은,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과 같이 당을 대통령의 하부 기관, 여의도 출장소 정도로 여기지 않는다면 나올 수 없는 표현이다.
당정의 바람직한 관계는 ‘따로 또 같이’가 맞다. 아무리 집권당이라도 정부가 하는 일에 사사건건 박수만 쳐서는 안 되고, 필요하면 비판도 하고 제동도 걸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권 원내대표는 충성 맹세나 다름없는 문자를 보내고, 대통령은 마음에 든다며 ‘엄지 척’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이런 낡은 배타적 인식으로 산적한 정치적 난제를 제대로 풀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