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이 1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전당대회준비위원회가 '당헌 80조' 개정 방안을 의결한 것과 관련한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준비위원회(전준위)가 16일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정지하도록 한 당헌 80조를 바꾸기로 결정했다. 전준위는 ‘기소 시 당직 정지’를 ‘1심에서 금고 이상 유죄 선고 시 당직 정지’로 변경했다. 또 정치탄압 등의 부당한 이유가 있는지를 판정해 징계 처분을 취소·정지하는 권한도 기존 당 윤리심판원이 아닌 최고위원회의에 부여하도록 했다. 전준위 개정안은 17일 당 비상대책위 논의 뒤, 당무위와 중앙위 의결을 거쳐 확정된다.
당헌 80조 개정을 두고는 유력한 당대표 주자인 이재명 후보의 ‘사법 리스크’에 대한 방탄용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또 이 후보 개인의 유불리를 떠나 당 바깥 다수 국민들에겐 민주당이 스스로의 부정·부패 대응 기준을 대폭 낮추는 것으로 비칠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민주당이 왜 이렇게 명분 없는 조처를 밀어붙이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전용기 전준위 대변인은 이날 “누구 하나를 위해 당헌·당규를 개정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정부 여당이 많은 의혹들과 다양한 사안들을 제기할 텐데 (…) 기소만으로 당직이 정지되는 건 무리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양이원영 의원은 “(현 정권이) 경찰·검찰 권력을 장악해서 수사로 정치를 할 것이 훤히 보이는데 기소되는 것만으로 당직을 정지시키도록 두는 것이 맞느냐”고 했다. 반면 민주당 3선 의원 7명은 긴급 간담회를 열고 “지금 이 논의가 이뤄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원욱 의원은 “일부 개정 필요성이 있다고 해도 지금 논의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 참석자들의 보편적 의견이었다”며 논의 결과를 비대위에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당내 이견이 팽팽하고, 당 바깥 다수 민심은 의구심마저 드러내고 있다. 이를 속도전으로 밀어붙여서야 공당의 바른 태도라 할 수 없다. 비대위 등 남은 절차를 통해 전준위의 섣부른 결정을 바로잡고, 충분한 숙의를 거쳐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결정을 내리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