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윤석열 대통령의 대북정책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에 대해 “황당무계”하다며 맹비난을 퍼부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19일 공개된 ‘허망한 꿈을 꾸지 말라’는 담화를 통해 “‘담대한 구상’은 대양을 말리워 뽕밭을 만들어보겠다는 것만큼이나 어리석음의 극치”, “10여년 전 이명박 역도가 내들었다가 버림받은 ‘비핵·개방·3000’의 복사판”이라고 비난했다.
‘담대한 구상’을 두고는 북한을 협상으로 끌어들일 구체적 방법론을 결여한 공허한 제안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구상을 밝힌 바로 다음날 북한이 그동안 ‘대북 적대시 정책’으로 지목하며 철회를 요구해온 한·미 군사연습 계획도 발표됐다. 그렇더라도 북한이 “우리는 윤석열 그 인간 자체가 싫다”는 등 특유의 거친 언사로 점철된 담화로 맞받은 것은 유감이다. 북한은 정제되지 않은 대결적 언어 구사가 결코 남북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북한의 날 선 거부로 꽉 막힌 남북관계에 돌파구를 내기는 더욱 험난해졌다. 나아가 북한이 물리적 도발 수위를 높일 수 있다는 우려 또한 커졌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이날 “핵실험이 다가오고 있지 않나 추측을 해본다”고 했다. 당장 가장 유의할 대목이다. 더 큰 도발과 정세 악화가 없도록 정부의 면밀한 상황 관리와 대응이 요구된다. 지난 폭우 때 보인 안일한 대처가 안보 현안에서 반복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대통령실은 북한 담화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면서도 “‘담대한 구상’을 통해 북한 비핵화와 남북관계 발전을 추구한다는 우리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강 대 강’의 맞대응을 자제하고 지속적 대화 의사를 밝힌 것은 평가할 만하다.
다만 북한이 거부를 명백히 한 만큼, 대화를 이끌어낼 실효성 있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김 부부장은 이날 경제(물적 지원)와 안보(핵)의 등가 교환은 있을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윤 대통령은 지난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북-미 관계 정상화를 위한 외교적 지원’과 ‘재래식 무기 체계의 군축 논의’ 등 광복절 경축사에선 밝히지 않았던 ‘담대한 구상’의 정치·군사 분야 방안을 언급한 바 있다. 이를 더 확장하고 가다듬어 북한의 ‘안보’ 우려를 누그러뜨리고 대화의 물꼬를 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