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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건희 보도’ 성명불상 형사고발, 언론 위축이 목적인가

등록 2022-09-07 18:38수정 2022-09-08 02:10

윤석열 대통령 관저 예정지인 서울 한남동 외교부 장관 공관. 사진은 지난 4월26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새 대통령 예비 관저 모습.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윤석열 대통령 관저 예정지인 서울 한남동 외교부 장관 공관. 사진은 지난 4월26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새 대통령 예비 관저 모습.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윤석열 대통령 관저 변경 논란과 김건희 여사 개입 의혹 등을 보도한 <한겨레> 기자가 지난 5일 서울 마포경찰서에서 5시간 동안 피고발인 조사를 받았다. 한겨레가 4월27일치에 보도한 ‘김건희 “여기가 마음에 들어”…임장하듯 관저 결정?’ 기사에 대해 지난 6월 ‘성명 불상’ 고발인이 해당 기자를 김건희 여사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한 데 따른 것이다. 당사자의 반론·정정보도 요청이나 언론중재위 조정 절차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자신을 밝히지 않은 누군가가, 제3자에 대한 명예훼손을 이유로, 보도 두달여가 지난 시점에, 해당 기자를 형사고발하는 게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

당시 보도는 ‘4월16일께 당선자 부인 김건희씨가 외교장관 공관을 둘러봤고, 이후 애초 대통령 관저로 거론되던 육군참모총장 공관 대신 외교장관 공관으로 변경됐다. 김씨는 공관 정원의 한 나무를 가리키며 “경치를 가리니 베어야겠다”고 말했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고발인은 대통령실 발표대로 ‘김건희씨가 대통령 관저 결정에 관여한 바 없고,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며 해당 보도를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 관저 이전은 국민적 관심사일 뿐 아니라 수백억원의 국가재정이 들어간다. 윤석열 정부는 관저 이전 문제를 놓고 몇번이고 오락가락했고, 이전 비용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권력 감시와 진실 탐구가 책무인 언론으로서 당연히 추적 보도해야 할 공익적 사안이다. 기사는 당시 대통령 당선자 부인 김건희씨가 관저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에 대해 취재된 내용과 여러 근거를 들어 조목조목 짚으며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언론이 권력기관의 의사 결정 과정에 대해 의문스러운 사실을 파악하고도 기사를 통해 의혹조차 묻지 못한다면, 그건 언론이 아니고 이 땅에 언론 자유란 없는 것이다.

고발장에서 고발인은 ‘기자가 김건희를 비방할 목적으로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김건희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공익을 위한 정당한 의혹 제기를 ‘비방 목적’으로 재단할 수는 없다. 백번을 양보해 설령 해당 기사에서 일부 오류나 시각의 차이가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이는 공론장에서 논쟁해야 할 사안이지 형사사건으로 다룰 일이 아니다. 따라서 이 형사고발은 쏟아지는 김건희 여사 관련 보도를 봉쇄하고 위축시키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익명 뒤에 숨은 제3자의 고발로 언론인이 수사를 받는 일이 이어진다면 언론의 자유는 심각하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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