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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어물쩍 넘길 수 없는 용산 영빈관 ‘밀실 추진’

등록 2022-09-18 18:27수정 2022-09-19 02:39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5박7일 일정으로 영국, 미국, 캐나다를 방문하기 위해 18일 오전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 1호기에 탑승,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5박7일 일정으로 영국, 미국, 캐나다를 방문하기 위해 18일 오전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 1호기에 탑승,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영빈관’ 추진을 철회했지만,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경제 위기 속에 878억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불요불급한 영빈관 신축에 쓰겠다고 나선 대통령실의 분별없는 태도며, 정부 예산안 편성까지 아무런 공개적 논의 없이 밀실 추진한 방식이며 모두 어처구니없다. 윤 대통령의 해명과 사과도 나오지 않고 있다. 이제라도 왜 이런 난맥상이 펼쳐졌는지 철저히 밝히고 책임 또한 물어야 한다.

대통령실은 이번에 용산 영빈관 한곳 신축만을 위해 애초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추계했던 대통령 집무실 이전 비용 총액(496억원)의 두배 가까운 예산을 편성했다. 사실상 약속 파기다. 그런데도 기획재정부가 지난 2일 국회에 예산안을 제출하기까지 아무런 공개적 논의와 검토가 진행되지 않았다. 여당도 몰랐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국회에 예산안을 내려면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대통령실과 기재부, 국무위원 누구도 문제점을 걸러내지 못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물론 가장 큰 책임은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에 있다. 가뜩이나 집무실 이전과 관련해 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청 등이 전용한 예산만 306억여원에 이르는 등 집무실·관저 이전 비용 자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한푼이라도 아껴 민생 지원에 써도 모자랄 상황이다. 국정 사령탑이 하나도 급할 게 없는 건물 신축에 갑자기 1천억원 가까운 돈을 쏟아붓기로 한 걸 납득할 국민이 과연 얼마나 되겠나. 더불어민주당은 김건희 여사가 올해 초 공개된 통화 녹취록에서 “(영빈관을) 옮길 거야”라고 언급한 점 등을 들어, 김 여사 개입이 있었던 건 아닌지 문제를 제기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집단적 망상”이라고 원색 비난했는데, 이렇게 정치공방으로 끌고 갈 일이 아니다. 국민의 의혹을 키운 건 대통령실의 밀실 추진이다. 김 여사 개입이 사실이 아니라면 더더욱 누구 주도로 이런 황당한 예산 편성이 이뤄졌는지 대통령실이 앞장서 추진 경과를 밝혀야 할 것이다.

윤 대통령은 누구보다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그는 대통령실에 철회를 지시하면서 “국격에 걸맞은 행사 공간을 마련하려고 했으나, 이 같은 취지를 충분히 설명해드리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최고 결정권자로서 무책임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밀실 추진을 알고도 추인했다면 최종 책임을 져야 하고, 몰랐다면 국정 무능을 뼈아프게 돌아봐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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