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2019년 9월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파면을 촉구하며 삭발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의 첫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위원장에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최종 검증 단계만 남겨놓은 상태라고 한다. 경사노위는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노동 의제를 놓고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는 사회적 대화 기구다. 태극기 집회에 참석하는 등 극단적인 정치 성향을 보여온 김 전 지사가 경사노위 위원장을 맡아 상생·협력의 노사 관계를 만들어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장관급인 경사노위 위원장 자리는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문성현 전 위원장이 지난 7월22일 임기 1년여를 남기고 사퇴하면서 현재 공석인 상태다. 신임 위원장 후보로는 김 전 지사 외에 학자 출신 2~3명이 거론돼왔는데 대통령실의 의중은 김 전 지사 쪽으로 기운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운동 경험이 있다는 점과 정치인 출신으로서 정무적 판단력을 갖췄다는 점 등이 고려됐다고 한다.
김 전 지사가 한때 노동운동에 몸담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국회의원을 시작으로 기성 정치권에 발을 디딘 이후 그의 삶은 노동운동과는 거리가 멀다. 특히 최근 몇년간은 극단적인 발언을 일삼아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문재인은 당장 총살감”(2019년 자유한국당 토론회), “세월호 천막은 죽음의 굿판”(2018년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선거운동 출정식) 등이 그 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태극기 집회에 적극 참여하는가 하면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와 함께 극우 성향의 기독자유통일당을 이끌기도 했다.
최근에는 그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김문수티브이(TV)>에 올린 영상(‘불법 파업에 손배 폭탄이 특효약!’)을 통해 “노동자들이 손배소를 가장 두려워한다. 민사소송을 오래 끌수록 굉장히 신경이 쓰이고 가정이 파탄 나게 된다”고 주장했다. 하이트진로 화물기사들의 파업을 두고는 “노동해방이라는 것은 하이트진로를 빼앗아 국유화시키자는 것으로 사유재산 제도를 없애서 노동자들이 해방되도록 하는 사회주의·공산주의자들의 구호”라고 색깔론을 폈다.
노동개혁을 위해서는 대화와 타협이 필수적이다. 노사정이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 기구가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고용노동부도 노동개혁 과제를 경사노위를 통해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사회적 대화의 한축인 노조에 대해 노골적인 적대감을 드러내는 인사를 경사노위 위원장으로 임명한다면 노사정 대화는 불가능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