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2일(현지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는 결정을 내린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 AFP 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사상 처음으로 네차례 연속 단행했다. 가파른 금리 인상에도 40여년 만의 최고 수준인 물가가 잡히지 않자 선택한 고육책이다. 우리나라는 고물가·고환율 속에 자금시장의 신용 경색 현상까지 겹친 상황이라 그 어느 때보다 금융·통화당국의 현명한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
연준은 2일(현지시각) 연 3.00~3.25%인 기준금리를 3.75~4.00%로 올렸다. 이로써 미국의 기준금리 상단이 우리나라 기준금리(3%)보다 1%포인트나 높아졌다. 다행히 3일 국내 주식·외환시장에선 코스피가 0.33% 내리고,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6.4원 오르는 데 그쳤다. 그러나 한-미 간 금리 격차 확대는 외국인 투자자금의 국외 유출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자본 유출은 원-달러 환율 상승을 낳아 물가 부담을 가중시키고 금융시장 불안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이날 회의 뒤 내놓은 발언에 주목해야 한다. 그는 “지금은 금리 인상 속도를 언제 완화할 것이냐보다 금리를 얼마나 높이 올리고 제약적 통화정책(높은 금리)을 얼마나 오랫동안 유지할 것이냐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또한 기준금리의 고점이 기존 예상치보다 더 높아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금융시장에선 그동안 연준이 기준금리를 내년 봄 4.6% 수준까지 올릴 것으로 예상해왔으나, 이번 발언으로 기준금리 고점을 5% 이상으로 수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기준금리 고점도 높아질 공산이 커졌다. 지난 9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기준금리 고점을 내년 초 3.5% 수준으로 예상했는데,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잖아도 매우 불안한 국내 금융시장은 연준의 이번 결정으로 더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됐다. 한은이 오는 24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더 높이면 신용 경색 현상이 가중될 수 있는 탓이다. 자금시장은 레고랜드 사태에 이어, 흥국생명이 2일 이례적으로 신종자본증권(5억달러) 조기상환 연기를 밝히면서 더 얼어붙는 형국이다. 신용 경색이 단기자금 시장에서 회사채 시장 전반으로 전이되는 양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못하면 기업 활동에 큰 지장이 초래된다. 정부와 한은은 시급히 특단의 조처를 내놓으며 자금시장 경색을 푸는 데서부터 엉킨 실타래를 풀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