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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대통령의 비공개 경제단체장 만찬 초청, 부적절하다

등록 2022-12-12 18:19수정 2022-12-12 18:42

지난 3월21일 윤석열 당선인이 경제6단체장들과 오찬 회동하는 모습. 공동취재사진
지난 3월21일 윤석열 당선인이 경제6단체장들과 오찬 회동하는 모습.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일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 경제단체장들을 서울 한남동 관저로 초청해 만찬을 함께 했다고 한다. 비공개 만남이었다. 대통령실은 아무런 발표도 하지 않았고, 재계 인사들을 통해 만찬 사실이 뒤늦게 세상에 알려졌다. 법인세 최고세율 등을 두고 여야가 대립하면서 내년 예산안 심의가 법정시한을 넘겨 표류하고 있는 가운데 이뤄진 만찬이었다. 국민 통합과는 거리가 먼 불통정치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12일 재계 인사들의 전언에 따르면, 이날 만찬 모임은 며칠 전부터 대통령실에서 연락해 날짜를 조율했다. 자꾸 변경되다 9일 점심으로 정해지는 듯했으나 결국 저녁으로 확정됐다고 한다. 이날은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를 요구하며 11월24일부터 파업을 벌여온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가 정부의 탄압에 밀려 조합원 투표로 파업 철회를 결정한 날이다. 화주들의 입장만 대변하며 화물연대를 굴복시킨 대통령이 재계 단체장들과 축배라도 든 모양새가 됐다.

경제단체에선 전경련을 제외한 5개 경제단체의 장이 참석했다. 대통령실에서도 김대기 비서실장과 이관섭 국정기획수석 등이 참석했다고 한다. 참석자가 많았던 만큼, 비밀스럽게 주고받을 이야기가 있었으리라곤 보지 않는다. 그보다는 윤 대통령이 지난달 7일 한남동 관저에 입주한 뒤 개시한 이른바 관저 정치의 초청 순위에 경제단체가 일찌감치 포함됐다는 점에 주목한다. 윤 대통령은 앞서 11월22일 이른바 ‘윤핵관’으로 불리는 의원들을 부부 동반으로 관저로 불러 비공개 만찬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지도부와 공식 만찬보다 사흘 앞서 만든 자리였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7개월이 지났지만, 윤 대통령은 야당 지도부와는 관저 만찬 초청은커녕 아직 공식적인 대면조차 하지 않은 상태다.

윤석열 정부는 기업 규제나 부담을 적극적으로 폐지·축소하고, 기업주나 경영주의 법적 책임을 줄이는 쪽으로 달려가고 있다. 거의 일방적인 기업, 기업주 편들기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비공개 초청 만찬은 허심탄회하게 민원을 말하라는 자리였을 것이다. 권력이 재계와 기업을 그렇게 챙겨주면, 어떤 형태로든 그 대가를 기대하고 요구하기 쉽고 기업은 거부하기 어렵다. 과거 정경유착의 창구이던 전경련을 참석시키지 않은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이번 비공개 만찬 모임은 지난날의 잘못된 정-재계 관계를 다시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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