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및 진선미·장혜영·용혜인 의원 주최로 열린 국정조사 기간연장 촉구 기자브리핑에서 이태원 참사 유가족 등 참석자들이 희생자의 넋을 기리며 묵념하고 있다.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이태원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설 명절 이전 수사를 마무리하겠다며 추가 입건자는 없을 것이라고 3일 밝혔다. 용산경찰서와 용산구청 등 일선 관계자로 ‘꼬리자르기’ 한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참사의 실체적 진상을 밝히기 위해 국정조사 시한을 연장할 당위성은 더 커졌다.
김동욱 특수본 대변인은 기자간담회에서 “사고 원인에 대한 수사는 마무리됐다”면서도, 행정안전부와 서울시, 경찰청 등 ‘윗선’에는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취지로 말했다. 재난안전법에는 경찰·소방·기초자치단체의 재난 예방·대응·대비·복구 의무가 명시되어 있지만, 중앙행정기관이나 광역자치단체에는 추상적 권한과 의무만 부여돼 있다는 것이다. 또 “중앙행정기관이나 광역자치단체에 구체적인 과실 책임을 물은 사례가 많지 않아 고민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이로써 직무유기·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고발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치안·경비 총책임자인 윤희근 경찰청장, 오세훈 서울시장 등은 소환조사 한번 없이 ‘면죄부’를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이는 애초 지적된 특수본의 한계와도 맞닿아 있다. 특수본은 경찰·소방·구청 등 관련 기관의 부실 대처에 초점을 맞춰 관계자들의 법적 책임을 규명하는 데 주력했을 뿐이다. 당일 현장 대응 문제를 넘어, 왜 사전 대비가 이뤄지지 않았는지, 참사 발생 이후 수습과 복구는 적절히 이뤄졌는지 등 전후 맥락을 짚고 따져야 할 일이 한둘이 아니다. 이를 통해 법적 책임을 넘어 행정적·정치적 책임을 묻는 과정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국회의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가 실효성 있게 진행돼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예산안 늑장 합의로 실질 조사기간이 열흘에 불과했을뿐더러, 정부 기관의 자료 비협조와 여당의 파행 운영이 논란을 샀다. “유족 명단을 받지 못했다”던 이상민 장관과 서울시의 엇갈린 증언이 드러나고 2017년 이후 이태원 핼러윈 행사에 매해 경찰이 대비책을 마련하고 경비대를 투입했던 사실이 확인되는 등 성과도 있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이태원 참사 국조특위는 7일로 시한이 만료된다. 여야는 조속히 국정조사 기간 연장에 합의해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책 마련에 힘을 모아야 한다. ‘정부의 부재’로 스러져간 159명의 목숨을 위로하는 최소한의 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