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에서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이 자료판을 들고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산하 에스엔유(SNU)팩트체크센터를 통한 팩트체크 기사가 보수진영에 불리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국민의힘 누리집 갈무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여당 간사인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3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산하 에스엔유(SNU)팩트체크센터가 보수진영을 공격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팩트체크 검증 결과를 조사해보니, 윤석열 대통령 건이 44건인데 부정 비율이 75%, 수석들 건은 20건 다 100% 부정, 국민의힘은 53건 중 72%가 부정 건이다. 민주당은 80여건으로 반도 되지 않고, 부정 건수는 57%로 (상대적으로) 현저히 낮다”는 것이다. 내부고발인가, 양심선언인가.
팩트체크 결과를 문제 삼으려면 무엇이 사실이 아닌지를 지적하는 게 상식이거늘, 단순 숫자만 들이댔다. 대통령과 수석들의 발언이나 공식 발표자료에 대한 팩트체크 결과 ‘사실 아님’의 결론이 다수였다면 대통령실부터 돌아보는 게 정상적인 조직이다.
팩트체크센터 운영 구조를 조금만 안다면 이런 주장이 나올 수 없다. 2017년 설립된 센터는 31개 언론사가 가입한 팩트체크 콘텐츠 플랫폼이다. 언론정보연구소는 웹 플랫폼을 마련하고, 언론사들은 이 플랫폼에 ‘검증 방법’, ‘검증 결과’ 공개 등 일정한 형식에 맞춰 팩트체크형 기사를 올리면, 연동된 네이버 뉴스 ‘팩트체크’ 메뉴를 통해 이용자들이 볼 수 있다. 개별 언론사들이 각자 판단해 쓴 기사에 센터가 무슨 영향력을 행사한단 말인지 알 수가 없다. 박 의원은 <문화방송>(MBC)과 <오마이뉴스> 기사들을 사례로 콕 찍었지만, 가입 언론사 중에는 이른바 보수언론으로 분류되는 신문사, 종편 채널 등도 있다.
그는 또 센터를 통해 네이버가 문화방송에 1억6800만원을 지원했다며, 성남에프시(FC) 40억원 우회 지원에 비유하며 ‘뒷돈’이라 했다. 문제삼은 ‘팩트체킹 지원사업’은 모든 언론사가 신청할 수 있고, 선정은 네이버가 아닌 한국언론학회 소속 교수와 전문가들로 이뤄진 심사위원회에서 독립적으로 이뤄진다. 박 의원은 “지극히 정치 편향적으로 운영된 팩트체크 사업에 대해 해명과 사과”를 요구했지만, 사과할 사람은 ‘지극히 편향적인 사고’로 근거 없는 발언을 한 박 의원이다.
최근 국민의힘이 제기하는 건 늘 이런 식이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보수성향 패널이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을 비판한다고 ‘보수 참칭’ 패널이라며, 여야 균형을 맞춰달라고 방송사에 공문까지 보냈다. 겉으론 ‘균형’ 요구지만, 결국 정부와 여당에 비판도 견제도 말라는 ‘노골적 압박’임을 국민들이 모르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