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신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이 지난해 10월4일 오전 서울 광화문 경사노위 대회의실에서 열린 취임식 뒤 기자들에게 질문을 권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의 신임 대외협력실장이 수억원의 뒷돈을 챙긴 비리 전력자로 드러났다. 비슷한 시기에 임명된 대변인도 폭행과 개인비위가 밝혀진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노조 부패’가 우리 사회 ‘3대 부패’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노동계를 겨냥해왔는데, 이른바 ‘노동개혁’을 위한 사회적 대화를 이끌어야 할 경사노위의 주요 자리에 부패·비리 전력자들을 앉힌 것은 부조리하기 짝이 없다.
<한겨레> 보도를 보면, 지난달 29일 경사노위 대외협력실장에 임명된 이윤영씨는 2013년 검찰의 원전비리 수사 때 관련 업자한테서 3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구속돼, 징역 2년에 추징금 3억원의 확정판결을 받았다. 이명박 정부 시절 아랍에미리트 원전 수출 과정에서 냉각설비 등 공사와 운영 계약을 따낼 수 있도록 해주겠다며 로비 명목으로 돈을 받아 가로챈 사실이 인정된 것이다. 이 실장은 2012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에 나선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당시 경기도지사)의 캠프에서 활동했다고 한다. 경사노위 업무와 관련한 이력은 전무하다.
지난 1일 임명된 최아무개 대변인의 경우 2020년 국가인권위원회 재직 당시 택시기사 폭행 혐의로 기소돼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고, 인권위로부터 정직 1개월 처분을 받았다. 최씨는 법무부로 자리를 옮긴 뒤 아래 직원한테 특정 업체와 수의계약을 하도록 종용한 의혹이 제기돼 지난해 11월 법무부 감찰에서 정직 3개월 처분을 받기도 했다. 그러고는 징계 시작 두달도 되지 않아 경사노위 대변인에 임명된 것이다. 이 실장과 최 대변인은 이번에 채용된 전문임기제 15명 중 가장 직급이 높은 ‘가급’ 4명에 포함된다.
경사노위는 두 사람의 임명에 대해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렇게 비상식적인 공직 임명은 윤석열 정부가 그토록 강조하는 ‘법과 원칙’을 스스로 식언으로 만드는 셈이다. 더구나 경사노위는 노동 관련 의제를 두고 노동계, 경영계 등과 머리를 맞대고 사회적 대화를 이끌어가야 하는 기구다. 무엇보다 신뢰가 중요한데, 노조 혐오 발언을 서슴지 않아온 인물을 위원장으로 임명한 뒤로 신뢰를 깨는 인사만 이어지고 있으니 개탄스럽다. 이래서야 정부가 주장하는 노동개혁에 숨은 의도가 있지 않은지 의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