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병권 철도노조 노동안전실장이 지난해 11월8일 오전 서울 용산구 철도회관에서 오봉역 사망사고경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토교통부가 17일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4조2교대’ 근무체계를 ‘3조2교대’로 되돌리라고 명령했다. 근무체계를 ‘3조2교대’로 바꾸면 노동시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노동시간 감축이라는 사회적 합의를 거스르는 퇴행적인 처사다. 노동시간이 늘어나면 노동자들이 안전사고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도 그만큼 커진다. 이런 조처를 ‘철도안전 강화대책’이란 이름으로 내놓은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국토부는 이날 발표한 대책에서 코레일이 2020년 1월부터 운영 중인 4조2교대제를 기존의 3조2교대제로 환원하도록 시정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4조2교대제를 유지하려면 안전도 평가 등 적법한 절차를 거쳐 국토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코레일이 승인도 없이 4조2교대제를 시행했다는 것이 국토부의 판단이다. 코레일 노사는 2018년 3조2교대제를 4조2교대제로 전환하기로 합의했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인 ‘2022년까지 1800시간대 근로시간’을 실현하기 위해서였다. 현재 코레일 작업 현장의 4조2교대제 도입률은 90%가 넘는다고 한다.
문제는 근무체계 변경에 맞춰 인력 충원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3조2교대제를 4조2교대제로 바꾸려면 인력이 늘어야 한다. 인력을 그대로 둔 채 3개 조를 4개 조로 재편성하면 한 조에 배치되는 인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2019년 코레일이 적정인력 도출을 위해 삼일회계법인에 의뢰한 연구용역 결과, 1865명의 증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레일은 이 연구 결과를 토대로 정부에 정원 증원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철도노조는 교대제 개편에 따른 인력 부족을 호소하며 줄기차게 충원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외려 코레일의 정원을 줄여왔다. 지난해 11월 경기 의왕 오봉역 철도노동자 사망 사고도 3인1조로 해야 할 일을 2인1조로 하다 발생한 것이라고 노조는 주장한다. 국토부가 이날 내놓은 대책은 교대제 개편으로 인력이 부족해져 사고가 늘고 있으니 다시 원래대로 되돌리겠다는 것이다. 참으로 무책임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
노동시간을 줄이고 사고도 예방하려면 인력을 충원하는 것이 순리다. 그런데도 정부는 공공기관 정원 조정을 통해 코레일의 정원을 2025년까지 722명 줄일 계획이다.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릴 인력 감축은 철회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