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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중대재해법 시행 1년, 무력화해놓고 효과 없다니

등록 2023-01-26 18:00수정 2023-01-27 02:40

김훈 작가(왼쪽 둘째·생명안전 시민넷 공동대표)가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4·16연대 강당에서 정부 및 재계의 중대재해처벌법 무력화 시도를 비판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김훈 작가(왼쪽 둘째·생명안전 시민넷 공동대표)가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4·16연대 강당에서 정부 및 재계의 중대재해처벌법 무력화 시도를 비판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27일로 시행 1년을 맞는다. 일하다 죽는 이들의 행렬이 끊이지 않는 잔혹한 현실을 방치할 수 없다는 공감이 모이고 쌓인 끝에 마침내 국회 문턱을 넘어선 법이다. 그러나 지금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한 위기에 직면했다. 경영책임자의 처벌을 크게 완화하고 노사 자율 규제에 맡기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일방적 방침이 관철되면 법은 사실상 무력화되고 말 것이다.

입법 전부터 ‘경영자를 피의자 취급한다’거나 ‘기업 활동을 위축시킨다’며 경영계만 두둔하던 주장은 법 시행 1주년이 다가오자 어느덧 ‘산업재해 사망을 줄이는 효과가 없다’는 무용론으로 진화했다. 지난 1년 동안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인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의 사망자 수(256명)가 오히려 8명 늘었다는 고용노동부 통계만 보면, 얼핏 그럴듯하게 들린다. 그러나 법이 취지에 맞게 운영되지 않았다면 효과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지난 한해 중대산업재해처벌법으로 입건된 숫자는 229건이며 고용노동부가 수사를 거쳐 검찰에 송치한 건 34건이다. 이 가운데 검찰이 기소해 재판에 넘긴 건 11건이다. 법 시행 초기여서 선례나 참고할 만한 판례가 없는 한계를 고려하더라도 수사가 더디고 기소율이 낮은 건 당국의 의지와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다. 윤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 책임자들이 틈만 나면 중대재해처벌법을 흔들고 있으니, 고용노동부든 검찰이든 의욕을 앞세울 이유가 없을 것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법이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질 리도 만무하다. 검찰이 기소한 11건의 사건은 하나같이 여러 건의 안전의무를 동시에 위반해 중대재해가 발생한 것이라고 한다. <한겨레>가 보도한 고용노동부 산업안전감독관들의 말을 들어보면, 중대재해가 발생한 사업장들에서는 대형 로펌을 앞세운 ‘참고인 말 맞추기’가 만연하다고 한다. 대통령까지 자신들 편이라면 ‘그럴 시간에 안전관리에 신경을 쓰면 좋겠다’는 감독관들의 고언이 귀에 들어올까 의문이다.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중대재해처벌법 사건은 겨우 2건이다. 처벌받은 사업주가 아직 한명도 나오지 않은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의 핵심 취지는 노동자가 일하다 숨지면 더는 사업주가 처벌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경종 효과에 있다. 실제 효과는 최종 판결들이 쌓인 뒤에 따져도 늦지 않다. 지금은 법을 흔들 때가 아니라, 산재 사망자를 줄이기 위해 법의 내실을 강화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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