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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유엔도 우려한 학생인권조례 폐지 시도, 즉각 중단을

등록 2023-01-31 18:01수정 2023-02-01 02:38

지난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서울학생인권조례지키기 출범식이 열리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지난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서울학생인권조례지키기 출범식이 열리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유엔 인권이사회의 전문가들이 최근 ‘특별절차’ 명의로 한국 정부에 공동 서한을 보냈다. 일부 지자체의 학생인권조례 폐지 움직임과 ‘성평등’ 등의 표현이 삭제된 교육부의 2022년 교육과정 개정안에 대해, 국제 인권 기준 등을 위반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하는 내용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이 지난해 12월에 낸 긴급진정에 따른 것이지만, 국내의 비판과 반대 목소리에 아랑곳하지 않던 정부와 지자체들이 자초한 거라고 봐야 한다.

인권이사회의 특별절차는 유엔의 대표적인 인권 구제 체계 가운데 하나로, 주제별 또는 국가별 인권 사안에 대해 보고하고 자문하는 권한을 가진 독립적인 인권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서한에서 “학생인권조례 폐지 움직임은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에 근거한 차별에 반대하는 보호를 약하게 만들고, 국제 인권 기준과 차별 금지 원칙을 위반하고 있다”며 “특히 서울학생인권조례 폐지가 다른 인권조례 폐지를 위한 길을 열어줄 수 있어 두렵다”고 지적했다. 또 ‘성평등’ ‘성소수자’ 등의 표현이 삭제된 2022년 교육과정 개정안에 대해서도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현재 학생인권조례 폐지 움직임은 서울과 충남에서 구체화되고 있다. 서울시의회는 청구인 명부 검증을 끝냈으며, 관련 내용을 담은 조례가 가결되면 서울학생인권조례는 폐지 절차에 들어간다. 국민의힘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어 가결 가능성이 크다. 특히 시의회 교육전문위원실이 최근 ‘학교 구성원 성·생명윤리 규범 조례안’에 대해 시교육청에 검토 의견을 요구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 조례안은 ‘혼인은 한 남성과 한 여성의 정신적·육체적 연합을 의미한다’ ‘성관계는 혼인 관계 안에서만 이루어져야 한다’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2012년 1월 국내 세번째로 제정된 서울학생인권조례는 체벌과 두발 규제 등을 금지하고, 성적 지향 등 어떤 정체성을 이유로도 차별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학생 인권 신장에 크게 기여한 점이 실태 조사 등을 통해 검증됐지만, 권한쟁의심판과 무효확인소송 등에 시달리기도 했다. 조례 공포 직후 잇단 송사를 벌인 장본인이 2022년 교육과정 개정안을 이끈 이주호 교육부 장관(당시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인 사실은 우연이라고만 보기 어렵다.

유엔까지 나서서 한국의 학생 인권 퇴행 움직임에 경고를 보냈다. 이제라도 이 모든 시대착오적이고 차별적인 시도를 중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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