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 피해를 입은 터키 동남부 하타이의 무너진 건물 앞 사망자의 주검 옆에서 친척이 오열하고 있다. 하타이/로이터 연합뉴스
규모 7.8 강진이 강타한 튀르키예와 시리아 피해 지역의 처참한 모습은 할 말을 잃게 만든다. 발생 하루 만에 확인된 사망자만 5천명이 넘었고 부상자는 2만명을 넘었다. 쓰러지고 무너져 내린 건물 잔해에 갇힌 이들을 골든타임 안에 구하지 못하면 사상자는 지금보다 몇배로 늘어날 우려가 크다. 여진은 계속되고, 혹독하게 추운 날씨에 구조 작업은 힘겹다.
주민들이 잠들어 있던 6일 새벽 수소폭탄 수십개가 한꺼번에 터진 정도의 강력한 지진이 튀르키예 동남부와 시리아 북부를 폐허로 만들었다. 인구 200만의 튀르키예 도시 가지안테프에선 건물들이 줄줄이 무너져 내려 누워버렸다. 잔해 아래에는 여전히 너무 많은 사람이 깔려 있다. 이들을 최대한 빨리 찾아내 구조하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가장 중요하다.
시리아 북부의 상황은 더욱 참혹하다. 12년 동안 내전의 고통을 겪고 있는 이곳은 강진 이전부터 인도주의적 재난을 겪고 있었다.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아사드 정권, 쿠르드 무장세력, 친튀르키예 세력, 다른 반군 세력들이 통제하는 지역으로 나뉘어 있고, 여러 세력 사이에 여전히 전투가 계속되고 있다. 이 지역에서 유엔의 식량 등 구호물자에 의지해 연명해온 피난민만 해도 400만명이 넘는다. 강진까지 겹치면서 구호부터 의료, 생계유지까지 막막하기만 하다. 전쟁으로 이미 너무 많은 병원이 문을 닫았고, 남아 있는 병원은 밀려든 부상자들로 마비 상태라고 한다. 외신을 보면 병원의 한 의사는 “한 환자가 쓰고 있는 산소호흡기를 벗겨내 다른 환자에게 씌워주는 일을 계속하고 있다”고 절망적인 상황을 전했다. ‘하얀 헬멧’으로 불리는 시리아시민방위대는 “모든 인도주의 단체와 국제기구가 나서 물자와 조직을 지원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대재앙 상황에서 각국 정부가 신속하게 구호와 지원에 나선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한국 정부도 튀르키예 정부의 요청을 받고 7일 총 110여명 규모의 긴급구호대를 파견하기로 했다. 탐색구조팀과 의무요원 등을 보내고, 우선 1차적으로 500만달러 규모의 인도적 지원과 의약품 등 긴급 구호물품도 전달하기로 했다. 한국의 탐색구조팀과 의료인력들이 절망에 빠진 이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내전의 혼란 속에 있는 시리아의 비극이 잊히지 않도록 유엔과 국제사회가 더욱 적극 나서야 한다. 분쟁을 넘어 인도주의적 재난에 인류애를 보태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