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달 21일 6박 8일간의 아랍에미리트·스위스 순방을 마친 뒤 성남 서울공항에 귀국해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유죄 판결을 내린 1심 법원이 판결문에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계좌들이 주가조작에 이용됐다고 명시했다. 공소시효가 남아 있는 2010년 10월 이후 2차 주가조작 시기에 이뤄진 거래들에서다. 법원 판결을 통해 김 여사의 연루 의혹이 한층 커진 만큼 검찰은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에 나서야 한다.
법원은 주가조작 일당의 개별적 시세조종 행위에 대해 유무죄를 판단하면서 통정·가장매매 130개 행위 중 101개와 현실거래 시세조종 3702개 행위 중 3083개를 유죄로 인정했다. 문제는 이렇게 유죄로 인정된 거래 행위에 김 여사의 계좌가 이용됐다는 점이다. 법원은 김 여사의 계좌 중 최소 2개가 시세조종과 통정·가장매매에 활용됐다고 판결문에 적시했다.
김 여사의 어머니 최은순씨의 계좌 1개도 통정·가장매매에 이용됐다고 밝혔다. 김 여사가 이들 거래에 얼마나 개입했는지는 법원이 판단하지 않았지만, 재판 과정에서 검사가 ‘김 여사가 직접 증권사 직원에게 전화해 매도 주문을 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법원은 “(공소시효가 끝난) 1단계에 이어 2단계에서도 연속적으로 위탁된 계좌는 최은순·김건희 명의 계좌 정도”라고 밝혔다. 이런 사실들은 김 여사가 단순 ‘전주’가 아니라 주가조작에 깊이 관여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정황들로, 수사가 반드시 필요한 대목이다.
그러나 판결이 나온 뒤에도 검찰은 이렇다 할 수사 의지를 비치지 않고 있다. 야당에서는 수사 요구가 분출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특검 추진을 공식화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13일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헌법 제11조 정신을 부정해온 ‘윤석열 검찰’은 더 이상 자격이 없다”며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에 관한 ‘국민특검’을 반드시 관철하겠다”고 밝혔다.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는 “검찰이 의혹을 덮을 의지만 내보인다면 검찰에 더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으며, 입법부인 국회가 나설 수밖에 없음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 여사 수사를 계속 뭉갠다면 특검 요구는 더 높아지리라는 점을 검찰은 명심해야 한다.
법원이 판결문에서 인정한 사실관계는 ‘1단계 주가조작 시기에 계좌를 맡겼다가 이후 절연했다’는 윤 대통령의 그간 설명과도 어긋난다. 윤 대통령이 납득할 만한 해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