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8일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8형 기습발사 훈련을 했다며 19일 공개한 사진.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이 1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며 올해 고강도 무력시위를 계속하겠다는 신호탄을 쏘았다. 이와 맞물리며 한·미·일 대 북·중·러 대립 구도도 첨예해지고 있다. 위험한 벼랑 끝 정세를 우려할 수밖에 없다.
북한은 이번 발사가 김정은 중앙군사위원장의 명령에 따라 미사일총국 지도로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15형’의 기습 발사 훈련을 벌인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본토 전역을 위협할 수 있는 1만5천㎞ 정도의 사거리로 추정된다. 북한은 19일 김여정 담화를 통해 “적의 행동 건건사사(하나하나)를 주시할 것이며 우리에 대한 적대적인 것에 매사 상응하고 매우 강력한 압도적 대응을 실시할 것”이라면서 추가 군사행동을 예고했다.
새해 첫날 중거리탄도미사일 발사 뒤 48일 만에 북한이 다시 탄도미사일 발사에 나선 것은 우선 한미연합군사훈련에 대한 반발로 보인다. 한·미는 오는 22일 미국 국방부에서 확장억제수단운용연습을 시행하고, 3월 중순에는 대규모로 ‘자유의 방패’ 연합연습을 실시할 예정이다. 북은 최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한·미가 “훈련구상을 이미 발표한 대로 실행에 옮긴다면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지속적이고 전례없는 강력한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한 바 있다.
좀 더 큰 구도에서 보면 한·미·일의 협력 강화에 맞서 북·중·러의 결속을 다지려는 의도가 읽힌다. 김여정 담화는 유엔 안보리를 “미국의 극악한 대조선 적대시 정책 실행기구”라 비난하면서, 중·러가 “미국의 강권과 전횡을 절대 허용해선 안 된다”고 했다. 미국이 유엔 안보리에서 추가 대북제재 결의를 추진하자 중·러가 반대해야 한다고 주문한 것이다.
한국과 한·미, 한·미·일의 태도 또한 강경하다. 국방부는 올해 국방백서에서 북한을 ‘적’으로 규정했다. 18일 독일 뮌헨에서는 한·미·일 외교장관이 함께 긴급 회견을 열고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했고, 19일엔 한·미가 한반도 상공에서 미국 전략무기 B-1B 전략폭격기가 참가한 연합공중훈련을 실시했다.
한반도 정세는 벼랑 끝으로 향하고 있지만 중재자도 완충지대도 보이지 않는다. 이대로 서로 질주한다면 우발적 충돌이 한반도와 동아시아를 뒤덮는 불길로 번질 우려가 크다. 안보 태세를 강화하더라도 충돌을 막을 신중한 정세 관리와 외교가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