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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동성 부부’ 건보 자격 인정한 법원, 제도 개선 이어지길

등록 2023-02-21 18:33수정 2023-02-22 02:36

동성 부부 김용민·소성욱씨가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보험료 부과처분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이 나온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동성 부부 김용민·소성욱씨가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보험료 부과처분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이 나온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법원이 21일 사실혼 관계인 동성 부부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놓았다. 사실혼 관계 자체를 인정한 것은 아니지만, 동성 결합이라는 이유로 피부양자 자격을 주지 않는 것은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임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동성 배우자의 권리를 인정한 첫 판결이기도 하다. 헌법 정신에 비춰보면 당연한 일인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제 정부와 국회가 성소수자의 권리를 확장하는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할 때다.

서울고법 행정1-3부는 소성욱씨가 “동성인 배우자도 건강보험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로 인정해달라”며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1심을 뒤집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소씨와 배우자인 김용민씨는 2019년 5월 결혼식을 올린 동성 부부다. 이들은 사실혼 관계임에도 건보공단이 동성 배우자라는 이유로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해주지 않자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이들을 사실혼 관계로 인정하진 않았다. 현행법령이 혼인을 ‘남녀 간의 결합’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들 부부와 같은 ‘동성 결합 상대방 집단’과 이성관계인 ‘사실혼 배우자 집단’은 동성인지 이성인지만 다를 뿐 생활공동체 관계라는 점에서는 본질적으로 동일하다고 봤다. 그러면서 “공단이 사실혼 배우자 집단에게만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고 동성 결합 상대방 집단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는 것은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대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이 성소수자 인권 보장 차원에서 의미 있는 진전인 것은 분명하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은 멀다. 우선, 다양한 형태의 생활공동체도 법적 보호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생활동반자법’ 입법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 현행 가족제도가 혼인·혈연을 벗어나는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차별하고 각종 공적 사회제도에서 이들을 배제하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생활동반자법은 2014년 초안이 마련됐으나 보수단체 등의 반발로 발의조차 안 됐다. 일본에서는 이미 2015년부터 ‘동성 파트너십’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대만에서는 2019년 동성 결혼이 합법화됐다.

소성욱씨는 이날 승소 판결이 난 뒤 “정부는 그동안 성소수자를 ‘없는 존재’처럼 취급해왔다”며 “우리가 부부라는 사실을 입증해야 하는 과정이 모욕적이었다”고 토로했다. 시민으로서 당연히 보장받아야 할 권리를 찾기 위해 힘겨운 투쟁을 벌여야 하는 현실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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