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성화고 현장실습생으로 콜센터에서 일하다가 숨진 홍수연양의 비극적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다음 소희>의 한 장면. 트윈플러스파트너스㈜ 제공
직업계고 현장실습생을 폭행이나 강제근로, 직장 내 괴롭힘 등으로부터 보호하는 내용의 직업교육훈련촉진법 개정안이 27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지난해 초 대표 발의한 지 1년여 만이다. 2017년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으로 콜센터에서 일하다가 숨진 홍수연양의 비극적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다음 소희>가 최근 반향을 일으키면서 입법에 급진전을 이뤘다. 그동안 법안이 잠자고 있었다는 뜻이다. 여야는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등 남은 절차도 신속히 밟아나가기 바란다.
홍수연양 사례에서 드러났듯이 직업계고 현장실습생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신분을 보장받지 못한다. 이 때문에 실제로는 성인 노동자와 동일하거나 오히려 열악한 노동 조건과 작업 환경에서 일하면서도 산업안전보건법이나 근로기준법의 노동자 보호 조항을 적용받지 못했다. 홍양의 경우 엘지(LG)유플러스 제휴 콜센터 업체에서 가장 극한의 부서로 통하는 ‘해지방어’ 부서로 발령받아 일했다. 고객 욕설과 업체의 업무 압박에 시달리다 못해 극단적 선택을 했다. 홍양의 비극 뒤인 2018년에야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돼, 콜센터 직원을 고객의 폭언·폭행으로부터 보호하는 장치가 마련됐다. 또 직업교육훈련촉진법도 일부 바꿔, 휴게시간과 미성년자의 유해·위험한 업무 및 갱내 근로 금지, 생리휴가 등을 현장실습생에게도 적용하도록 했다. 그러나 여전히 근로기준법상의 여러 보호 장치는 금역으로 남아왔다.
이번 개정안에 와서야 ‘강제근로 금지’, ‘중간착취 금지’, ‘사용자의 노동자 폭행 금지’,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선거권 행사 시간 보장’ 등 근로기준법의 나머지 조항들도 현장실습생들에게 적용하게 됐다. 노동하는 이라면 누구라도 예외 없이 보장받아야 할 기본적인 내용들이다. 이걸 그동안 학생 신분이라는 이유로 현장실습생들에겐 배제시켜온 것이다. 2021년에도 고3 현장실습생이 요트 바닥을 청소하려 물에 들어갔다가 숨지는 등 비극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가장 찬란한 한 시기를 보내야 할 이들을 그저 싼값의 노동력으로만 취급하며 노동권·인권의 사각지대에 방치해온 탓이다.
이번 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과제가 산적해 있다. 이해의 층위가 복잡하게 얽혀 해결이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럴수록 정치권과 교육계 등이 강한 의지를 갖고 현장실습생 제도 전반을 개선해야 한다.